과기정통부, ‘알뜰폰 활성화 대책’ 마련 중
알뜰폰 “주력 상품 도매대가 인하 필요”
SKT “밴드 데이터 요금 이제 안 팔아”

알뜰폰 도매대가 현황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알뜰폰 도매대가 현황 / 그래픽 = 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정부 알뜰폰 활성화 대책 발표에 앞서 도매대가 인하를 놓고 SK텔레콤과 알뜰폰업계가 대립할 전망이다. 알뜰폰업계는 수년째 제자리인 주력 요금제에 대한 도매대가 인하가 정부 활성화 대책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비용 지출 확대 등 수익 악화를 우려하며 인하를 거부하고 있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다. 활성화 대책 핵심은 도매대가 인하다. 알뜰폰 도매대가는 알뜰폰사업자들이 통신사 망을 빌려 상품별로 지불하는 금액이다.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은 2011년부터 도매대가를 두고 정부와 매년 협상해왔다. KT와 LG유플러스는 협상안에 맞춰 도매제공 가격을 조정한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활성화 대책에 음성, 데이터 등 항목별로 산정되는 종량제(RM), LTE, 5G 등 정액 요금제별로 정해지는 수익배분방식(RS) 도매대가를 모두 전년 대비 인하하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도매대가 인하를 포함한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종량제 도매대가를 인하했다. 음성은 분당 26.4원에서 8.03원까지, 데이터는 1MB당 4.51원에서 1.61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반면 RS로 제공되는 알뜰폰 주력 요금제의 도매대가는 수년째 제자리다. 월 3만2890원에 데이터 300MB, 3만9600원에 데이터 1.2GB를 제공하는 LTE 요금제 ‘밴드 데이터’는 2017년 결정된 수익 배분율 40%에서 유지되고 있다. 6만5890원에 데이터 1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도 2019년 50%로 정해진 뒤 추가 인하는 없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적은) T플랜 요금제 대가는 인하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매년 2%포인트씩 낮춰주는 건지 모르겠다. 5G 요금제도 수익배분율이 60% 수준으로 높아서 못 판다”며 “한마디로 말하면 300MB, 1.2GB, 11GB 등 3개 밴드 데이터 요금제 도매대가만 인하해도 된다. 그 정도로 중요한 요금제다. 요금제 전 구간에 걸쳐 도매대가를 조금씩 낮춰준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알뜰폰사업자들의 주력 요금제에 대한 도매대가가 내려가면, 알뜰폰 요금제 인하에 따른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텔레콤은 알뜰폰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긴 어렵단 입장이다. 밴드 데이터 요금제 운영이 사실상 중지된 상황에서, 상품 유지·관리 비용뿐만 아니라 할인 비용 지출은 부담스럽단 것이다. 실제 SK텔레콤은 T플랜 요금제 출시 이후 밴드 데이터 요금제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한편 알뜰폰 활성화 대책엔 5G 중간요금제 도매제공 계획도 포함될 전망이다. 통신3사가 지난 8월 24~31GB 구간의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알뜰폰사업자들은 해당 상품을 도매로 제공받지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의 5G 중간요금제 신고를 수리하면서 “알뜰폰 사업자에게 소량·중량 구간(8GB·24GB)을 도매 제공할 계획”이라며 “전산개발 등 일정을 최대한 당겨서 도매 제공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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