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욕과 조롱 난무···정쟁 멈추겠다는 정치권은 참사 놓고 결국 또 신경전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한날한시에 156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에게 생면부지의 많은 사람들이 애도를 표하고 슬픔을 나누려 하고 있다.

공감과 슬픔의 깊이는 다르다. 분향소까지 가서 슬픔을 나누려는 사람들도 있고, 유족들을 위해 1000만원을 내놨다는 얼굴 없는 의인도 있다. 약간의 안타까움을 느끼고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고 너무 먼 일로 느껴져서 별 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현장에서 사람들이 너무 무질서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또 굳이 애도기간까지 정하고 온갖 행사를 다 취소해야 하는 것인지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자연스러운 모습들이다. 꼭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위와 같은 유형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대표적으로 상처에 소금 뿌리는 사람들이 있다. ‘할로윈에 이태원에 간 것에 대한 인과응보다‘, ‘놀러간 사람들 죽은 건데 왜들 안타까워하느냐’ 등이다. 심지어 ‘잘 죽었다’는 포털 네이버뉴스 댓글도 본 적이 있다. 극히 일부겠지만 이런 목소리들은 사회에 피로감을 가중시킨다.

모든 국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해 돈, 인력의 일부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쓰고 있다. 놀러갈 때든 일할 때든 사고로 위기에 빠졌을 때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또 국가는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줄 책무가 있다. 일하던 사람이 놀러간 사람이고, 놀러간 사람이 일하던 사람이다.

이를 나눠서 추모값을 매기는 행위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나라를 위한 숭고한 희생’은 당연 따로 평가받고 인정받아야 하지만 꼭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것이다. 고인들이 뭘 그렇게 잘못했나. 외국문화든 뭐든 별 신나는 이벤트도 없는 세상에 이태원 한번 가서 즐기는 것도 손가락질 받아야 하나.

이 상황에 싸우거나 유족들보다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도 참 보기 안 좋은 유형들이다. 특히 정치권, 그리고 ‘범정치권’은 또 시끄럽다. 사건 초기 여야가 정쟁을 중단한다며 뭔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을 위해 마치 잠시나마 ‘한 팀’ 되려는 모습을 보이나 했는데 역시나 딱 봐도 ‘동상이몽’이다. 참사관련 사안들을 놓고 건건이 신경전 하는 모습이다. 소셜미디어는 왜들 그렇게 활발하게 하는지, 정말 슬퍼하고 공감하긴 하는지 의심스러운 행동들이 난무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에 대한 공감과 원인 규명,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런 비극이 또 일어나지 않을지에 대한 순수한 고민이다. 보여주기 식 강력조치나 국민 회초리 피하기 위한 쇼가 아닌 현실적으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아직은 희생자들 지원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국가의 책임이 명확히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비극 이후의 모습까지 비극인 상황을 만들지 말자. 이번 사안 만이라도 잠시나마 순수한 인간이 되자.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