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지회, 9일 본사 상경 투쟁 시작으로 수위 높일 듯···지난 7월부터 게릴라성 파업 진행, 피해액 260억원 추정
노조 “임금 인상분 반영해도 부담금 10억원 수준에 그쳐”
공정위, 계열사 부당지원 이유로 80억원 과징금···조현범 회장에 65억원 배당금 지급 사실도 적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한국타이어지회는 지난 7일 본사 상경투쟁을 앞두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사진=금속노조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한국타이어지회는 지난 7일 본사 상경투쟁을 앞두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사진=금속노조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최근 노동조합 파업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그동안 노사 분규가 크지 않았으나 올해부터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타이어지회가 제 1노조로 올라서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잦은 파업으로 인해 생산률이 떨어지면서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타이어 노조는 본사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노조는 사측이 어용노조를 활용해 노동자의 목소리를 통제하고,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등 노동자 권리를 빼앗고 있다며 상경 투쟁을 시작으로 압박 강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는 올해부터 한국노총 산하 고무산업연맹 한국타이어 노조(이하 2노조)와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등 복수 노조 체제로 변경됐다. 당초 한노총 산하 노조가 대표 노조 역할을 맡았으나, 작년부터 조합원이 대거 이탈하면서 올해 금속노조 지회가 제1노조로 올라선 상황이다.

앞서 2노조는 지난 10월 사측과의 기본급 5% 인상 및 생산격려금 100만원 지급안에 합의하며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1노조는 기존 타협된 인상분에 기본급 0.6%, 일시금 200만원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아직 노조와 협상 중이며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개별 노조에 따라 임금 협상을 하는 경우는 드물며, 이 경우 노노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가 임금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파업 수위를 높일 경우, 사측은 ‘부분 직장폐쇄’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1노조는 지난 7월부터 게릴라성 파업을 진행했으며, 7월엔 8시간, 8월 16시간, 9~10월엔 24시간 파업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노조의 게릴라성 파업으로 인해 260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노조는 “임금 인상안을 회사가 수용하더라도 부담해야 할 비용은 10억원 수준에 그친다”며 “사측은 그동안 1노조와 10차 교섭이 진행될 동안 제시안도 없이 입장을 내지 않다가, 한국노총 소속 기업노조와의 협상을 마무리 짓자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협상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어떠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설립 이후 무파업 기조를 유지해 오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파업이 진행됐다. 총파업이 3주 가까이 진행되면서 글로벌 매출 40% 상당을 책임지는 국내 공장이 멈춰 피해가 상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타이어는 노조 리스크가 없었지만, 금속노조가 1노조로 등극한 이후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새 전략을 짜야할 때”라고 말했다.

노조 파업 뿐 아니라, 공정위 과징금도 악재다.

전날 공정위는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타이어 몰드(타이어 패턴·디자인 등을 만들기 위한 틀)’를 다른 몰드 제조사보다 고가에 사줘 이익을 몰아줬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MKT에서 몰드를 구매할 때 제조원가에 더해 판매관리비용 10%와 이윤 15%를 보장해줬다. 또 MKT 몰드 제조원가를 실제보다 30% 이상 부풀려 반영해 40% 이상의 매출 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MKT는 부당 지원을 받아 매출액과 점유율이 크게 늘었고, 이에 대한 부당 이익은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에게 흘러 들어갔다. 조현범 한국타이어회장에겐 65억원, 조현식 고문에겐 43억원 등 총 108억원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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