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북 도발 규탄
北中 ‘밀월관계’ 과시?

북한이 지난 5일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4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된 4발의 미사일이 동시에 발사되는 모습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5일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4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된 4발의 미사일이 동시에 발사되는 모습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북한이 서해 방향으로까지 미사일을 발사하며 연이어 도발하자 국제사회가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은 성명서를 내고 유엔의 제재를 지지하는 동시에 전 세계의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다.

5일(현지시각)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올해 북한이 유례없는 수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세계의 비확산 체제를 계속해서 약화하려는 그들의 의도를 보여주는 우려되는 사례"라며 "이는 모든 국가에 중대한 위협을 제기하는 동시에 국제 및 지역 평화와 안보를 저해한다"고 밝혔다고 프랑스 ATP가 보도했다.

EU는 또 "북한이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위한 재료와 지식, 금융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유엔 회원국, 특히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원국들이 제재를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 군 합동참보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5일 오전 11시32~59분 평안북도 동림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4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들은 약 130㎞, 정점고도는 20여㎞, 최고속도는 마하5(초속 1.7㎞) 수준으로 탐지됐다.

북한이 북쪽 지역에서, 동해가 아닌 서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기에 우리 군도 의도를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발사 지역인 동립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약 20㎞ 거리에 있는 접경지다. 지금까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포착된 적이 한 번도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중 ‘밀월 관계’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이 중국 선박들이 가득한 서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중국과 발사 장소와 시점에 대해 사전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매체는 지난 2일 발생한 북한의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중대한 도발에 대해서조차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제력은 북한의 강력한 대응을 자극할 뿐"이라는 주장을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 도발을 이어갔다. 지난 3일 오전 7시 40분께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ICBM에 이어 오전 8시 39분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고, 오후 9시 35분께도 액체연료 계열 구형 미사일로 추정되는 SRBM 3발을 발사했다.

지난 2일에는 분단 이래 최초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SRBM을 발사했다. 10시간 동안 총 4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NLL을 넘은 미사일은 강원 원산에서 발사돼 울릉도 방향으로 향하다가 NLL 이남 26㎞·속초 동방 57㎞·울릉 서북방 167㎞ 해역에 떨어졌다. 울릉도에는 공습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한미 공군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한 대규모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맞대응인 것으로 관측된다.

비질런트 스톰엔 우리 공군 F-15K, F-35A, KF-16 등 140여대와 미군 F-35B, EA-18 등 100여대를 합쳐 240여대가 참여했다.

북한의 도발로 이번 훈련은 당초 이달 4일까지 계획됐으나 하루 더 연장됐다. 특히 훈련 마지막날인 5일 태평양 괌에 배치된 미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까지 합류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도 한층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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