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차익’ 서울 송파 무순위 청약 3만명 몰려
평촌·인덕원, 고분양가 논란에 줄줄이 흥행 참패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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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지역의 단지엔 수만명이 몰린 반면 예상 차익을 얻기 어려운 곳은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이라도 흥행이 저조했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잔여 1가구 무순위 일반공급 청약엔 3만1780명이 몰렸다. 이곳은 거여마천뉴타운 2-1구역 재개발 사업을 통해 지상 33층, 17개 동, 1945가구 규모로 지어졌다. 2019년 분양해 올해 1월 입주했다. 이 가운데 계약 취소분이 발생해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3년 전 분양가로 공급되는 만큼 시세 차익 기대감에 실수요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물량은 전용면적 84㎡으로 당시 분양가가 8억7100만원이다. 발코니 확장 비용을 포함해도 주변 시세보다 최소 4억원 이상 저렴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84㎡는 입주권이 지난해 11월 12억9000만원(28층)에 거래됐다. 인근 ‘e편한세상 송파파크센트럴’의 같은 평형대가 8월 14억75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첨자는 5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밖에 서초구와 함께 강남3구로 불리는 송파구에 위치했다는 점도 인기를 끈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시세 차익이 크지 않거나 집값 하락세가 심한 곳은 수도권 입지라도 실수요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경기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자이SK뷰’ 무순위 청약은 508가구 모집에 6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이 아파트는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의 브랜드가 적용된 데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호재까지 존재해 주목을 받았다. 일반 분양 당시 5.6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을 완료했다. 당시 특별공급 377가구에 1414명(경쟁률 3.8 대 1), 일반공급(1·2순위) 522가구에 2900명(5.6 대 1)이 청약통장을 사용했다.

하지만 일반분양 이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해당 단지 전용 59㎡의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7억78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인근에 위치한 ‘인덕원센트럴자이’ 같은 평형이 지난달 기록한 실거래가(7억500만원)보다 비싼 편에 속했다. 여기에 금리인상 여파로 집값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분양가 대비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고, 결국 당첨자들 사이에서 미계약이 대거 쏟아졌다. 전체 899가구 중 56.5%(508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이날 무순위 청약 ‘완판’(완전 판매)에 실패하면서 두 번째 무순위 청약이 불가피하게 됐다.

같은 날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안양시 호계동 소재 ‘평촌두산위브더프라임’도 111가구 모집에 27명만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 0.24 대 1을 기록했다. 지난 26일 2가구 무순위 청약 신청을 받은 수원 ‘서광교 파크뷰’는 단 한 명도 청약 접수를 하지 않았다. 해당 단지는 올해에만 무순위 청약을 6번 진행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에는 브랜드에 상관없이 소위 ‘묻지마 청약’을 하는 모습도 나타나지만 오름세가 꺾일수록 브랜드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며 “최근 원가 상승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들까지 나오는 불안한 시장 상황에 소비자들은 보다 안전한 상품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지만 주요 지역에 대한 대기 수요가 여전히 많은 만큼 상품·입지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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