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간접공정’ 사내하청 노동자 직접고용 의무 최초 인정
완성차 불법파견 논란 20년 넘어···전체 공정 선제적 점검해야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현대·기아자동차의 사내 하청 노동자가 ‘간접공정’에서 2년 넘게 일했다면 파견법에 따라 원청인 현대·기아차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400여명의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12년,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한 지 6년 만이다. 이번 판결은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 ‘간접공정’ 업무를 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원청의 직접고용 의무가 있다고 본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대법원은 간접공정이 직접공정과 밀접하게 연동돼 있고 연속적이라며 생산 결과가 누구의 작업물인지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나아가 원청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업무 내용과 임금 등 구체적인 노동조건에 관여하고, 사내하청업체의 조직이나 경영에 관한 사항까지 결정했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이번 판결을 “존중한다”며 “각 사업장에 맞는 조취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회사가 밝힌 사후 조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판결의 의의를 놓고 ‘사내하도급은 무조건 불법파견이라는 도식화된 판결이 아니라 일의 성격과 원청의 지휘여부 등을 개별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식의 아전인수격 경영계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의 주장은 노동계의 “사람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해당 업무와 공정의 불법파견 여부를 판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동일한 법리와 증거가 이 사람과 저 사람에게 다르게 적용될 수 없다”라는 시선과 그 온도차가 매우 커 보인다.

완성차 공장의 불법파견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제기돼왔다. 원청의 지시를 받고 원청노동자와 똑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하지만 임금과 처우는 훨씬 낮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어져 왔다. 수많은 하청노동자들이 소송 끝에 하급심에서 불법파견임을 확인받았지만, 그 기간 회사는 쟁의행위를 벌이던 노동자들을 형사고소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노동계가 집계한 손배 사례는 28건, 청구금액은 366억원에 이른다. 노사갈등의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간접공정과 관련된 불법파견 이슈는 현대·기아자동차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현대제철, 현대제철순천단조, 포스코, 한국지엠, 현대위아, 아사히글라스, 금호타이어, 기광산업 등에도 불씨가 살아있다. 각 회사별 판결이 나올 때마다 회사는 파견법 위반 논란과 부정적 이미지를 안고 가야 하는 셈이다.

회사는 언제까지 각 노동자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기다렸다가 ‘땜질식 대응’을 할 것인지 묻고 싶다. 문제해결 의지가 있다면 이제는 선제적으로 전체공정을 살펴보고 종합대책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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