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하락률 1위, 10년 만에 최대
잠실·가락 대단지 하락 견인
’똘똘한 한 채’ 수요 강남·서초 선호 늘어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동산 불패로 불리는 ‘강남3구’ 중 송파구가 고꾸라지는 모양새다. 잠실·가락동 대단지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지속되며 10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단지의 규모가 큰 만큼 매도 경쟁도 치열해 부동산 침체기에 타격이 더 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똘똘한 한 채’ 수요가 강남·서초를 선택하는 경향이 늘어난 점도 하락세가 심화된 요인이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송파구는 아파트값이 0.43% 떨어지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지난주(-0.38%)보다 낙폭이 확대됐으며, 2012년 7월 둘째 주(-0.61%)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최대 하락률이다. 그동안 하락률 1, 2위를 기록해온 도봉구와 노원구가 하락폭이 다소 둔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송파구는 오히려 하락세가 더 두드러진 모양새다.

특히 송파구의 약세는 강남권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더욱 눈에 띈다. 송파구는 그동안 강남구, 서초구와 함께 강남3구로 불리며 견고한 집값 흐름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나홀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아파트 누적 변동률(1~9월)을 살펴보면 송파구는 1.76% 떨어지며 강남권에서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서초구는 0.23% 올랐고, 강남구는 0.43 내리며 미미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송파구는 구축이나 신규 물량이 있는 곳 위주로 내림세가 뚜렷한 다른 지역과 구분된다. 잠실·가락·장지동 등의 대단지가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실제로 9510가구 규모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 16일 17억8500만원(5층)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이 지난해 9월 최고 23억8000만원(7층)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약 5억원이 하락한 셈이다. 잠실동 ‘리센츠’는 실거래 가격이 한 달 만에 2억원 넘게 떨어졌다. 전용 84㎡가 지난 18일 20억3000만원(16층)에 거래됐다. 지난달 실거래가 22억5000만원(27층)과 비교하면 2억2000만원 내린 금액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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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대단지 특성상 거래 절벽 속에서 급매로 내놓는 매물이 상대적으로 많아 하락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송파구의 경우 잠실 대단지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대단지일수록 매도 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가격 하락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중단되고 실입주 가능한 사람으로 수요층이 제한되면서 일반 매물보다 싼 ‘급급매’ 거래가 시세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파구가 과거 부동산 호황기에 강남3구 중 유독 집값이 더 올랐다는 점도 하락폭이 두드러진 요인으로 꼽힌다. 집값이 급등했던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송파구 아파트값 변동률은 29.14%를 기록하며 서초(24.49%), 강남(22.9%)보다 높게 나타났다.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송파 대신 강남·서초를 선택하는 경향이 늘어난 점도 하락세가 심화된 원인 중 하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송파는 강남·서초구에 비해 아파트 공급 물량도 많은 편이어서 집값 하락 압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강남·서초에 사는 다주택자들의 경우 송파에도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부동산 침체기엔 송파 물건을 먼저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거래가 하락과 함께 아파트 거래 건수도 많이 줄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거래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들어 27일까지 신고된 건수가 지난해 1년간 거래량 대비 강남·서초구가 70% 정도 줄었는데 송파구는 75% 감소했다.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위축되면서 매물도 쌓이고 있다.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송파구 아파트 매물은 3645건으로 1년 전(2923건) 대비 25% 가까이 급증했다.

다만 약세가 장기간 지속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거래의 걸림돌로 꼽히는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한 완화 전망이 나오는 데다 강남3구라는 상징성이 쉽게 사라질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송파구의 하락세는 지난 5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잠실동이 주도하고 있다”며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준을 기존 동 단위에서 필지 단위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규제가 완화되면 하락세는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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