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약자복지·건전재정 예산 강조···민주당, 야당 탄압 비판하며 보이콧
여야, 예산안 시각차에 사정정국 갈등···“복지사각지대 해소”vs“민생예산 삭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간 시각차가 크고 최근 사정정국으로 갈등도 고조되고 있어 협의 도출이 쉽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화폐와 노인일자리, 대통령실 예산이 주요 쟁점 사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정부 첫 본예산을 설명하기 위한 시정연설을 했다. 내년 예산안에는 건전재정이란 기본 기조 아래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방안들로 담겼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639조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 편성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정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되고 국가채무 비율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관 입구에 마중 나온 김진표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관 입구에서 마중 나온 김진표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윤 대통령 “경제성장과 약자 복지 선순환”···기초연금 인상·GTX 예산 등 포함

윤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됐고, 나라 빚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1000조원을 이미 넘어섰다”며 “경제 성장과 약자 복지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을 위해 국가재정이 건전하게 버텨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절감한 재원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 보호, 민간 주도의 역동적 경제 지원에 투입한단 계획이다. 생계급여 최대 지급액 인상, 저임금·특수형태 노동자 및 예술인 사회보험 지원 확대, 장애수당 인상, 장애인 고용장려금 인상, 한부모 자녀 양육 지원 확대 등에 예산을 편성했다.

반지하·쪽방 등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안전한 주거환경 이주를 위한 보증금 무이자 대출 신설, 민간임대주택 이주비 지원,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한 긴급대출 지원, 청년원가주택 공급 등을 위한 사업비도 포함했다. 

노년층을 위한 기초연금 인상 및 민간·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를 확대, 서민 생계비 부담 경감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 규모 확대 등도 담겼으며 지방소멸 대응,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및 벤처기업 지원, 원전 개발 지원 사업비도 예산안에 담았다.

교통 부문은 수도권 GTX 완공 및 신규 노선 계획 예산, 도심항공교통(UAM), 개인형 이동수단(PM) 등 미래교통수단 조기 상용화를 위한 재원도 이번 예산안에 포함됐다. 사병 봉급 및 보훈급여 인상과 함께 공급망 위기 대응을 위한 해외자원투자 예산도 마련했다고 윤 대통령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예산안은 우리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지도이고 국정 운영의 설계도”라며 “정부가 치열한 고민 끝에 내놓은 예산안은 국회와 함께 머리를 맞댈 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월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 추경도 국회의 초당적 협력으로 무사히 확정 지을 수 있었다”며 “국회에서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 어려운 민생에 숨통을 틔워달라”고 당부했다.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은 오는 12월 2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야당 탄압을 멈추라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야당 탄압을 멈추라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여야 예산안 시각차·사정정국 갈등···지역화폐·대통령실 예산 쟁점 전망
 
윤 대통령이 예산안에 대한 초당적 협조를 요청했으나 여야간 협의가 쉽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등 최근 사정정국을 야당탄압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도 민주당은 시정연설 불참을 선언하고 윤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한 시간에 맞춰 본관에 집결해 ‘국회무시 사과하라’, ‘야당탄압 중단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치는 사라지고 폭력적인 지배만 남았다”며 “정부와 여당이 이런 방식으로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단 의지를 드러낸다면 우리는 맞서 싸울 수 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여당은 민주당의 시정연설 불참을 이재명 대표 방탄용 보이콧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당 대표의 범죄리스크를 비호하기 위한 민주당의 헌정사상 초유의 시정연설 거부는 헌법과 법률이 요구한 국회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대오각성하고 공당의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예산안 내용을 두고도 여야간 평가가 엇갈린다. 여당은 대내외 위기와 민생현안 해결을 위한 총체적 방안을 담았고 약자 복지를 강화한 예산안이라고 본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며 필요한 부분에 충분한 복지시스템이 실현될 수 있게 예산안을 준비했다”며 “대한민국 미래 성장기반에 대한 진심어린 고민도 담겼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경쟁력 확보, 무너진 원자력 생태계 복원, 미래 핵심 전략기술을 위한 전문인력 약속에 집중 투자를 약속했단 점도 강조했다. 

야당 시각은 전혀 다르다. 민주당은 정부가 예산 구조조정을 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예산이 줄고 부자와 권력기관 관련 예산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보고 정부와 여당이 삭감한 민생예산을 되살리겠단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지역화폐와 노인 일자리, 임대주택 예산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되살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정의당은 정부가 강조하는 재정건전성이 경제위기에 대한 부담을 서민과 노동자, 중소상공인에게 전가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고 지적한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조원 이상의 대통령실 이전 예산으로 서민 경제에 부담만 늘리더니, 민생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 호소에는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공공형 노인 일자리 축소로 응답했다”며 “부자감세와 민생복지 예산 삭감으로 국민의 삶을 절벽으로 몰고 있으면서 윤 대통령은 민생 경제를 챙겼다며 자화자찬하기 바빴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지역화폐와 노인일자리, 대통령실 이전 예산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 사안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며 의원석 상당수가 비어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며 의원석 상당수가 비어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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