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집값 하락 여파에 처분 움직임
3개월 만에 3억원 가까이 떨어진 곳도
고점에 상투 잡은 영끌족도 고민 깊어져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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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한때 갭투자 성지로 불리며 집값이 급등했던 경기 용인 수지구가 고꾸라지는 분위기다. 갭투자들이 급매물을 던지며 집값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3개월 만에 3억원 가까이 떨어진 곳도 등장했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집값이 대세 하락세로 돌아서자 손실이 발생하기 전에 앞다퉈 처분에 나서는 모양새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살펴보면 용인 수지 풍덕천동 ‘신정마을8단지현대성우’(현대성우8단지) 전용면적 59.99㎡는 이달 1일 6억2000만원(11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25일 같은 평형대가 8억2000만원(25층)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2억원 가량이 떨어진 것이다. 호가는 6억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현대성우8단지(준공 1999년 11월)는 13개 동, 1239가구 규모 대단지다. 신분당선 수지구청역과 500m 떨어져 있는 역세권 단지이기도 하다. 리모델링 사업을 위해 2020년 말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상태다.

3개월 만에 3억원 가까이 떨어진 단지도 있다. ‘용인수지신정마을9단지주공’은 전용 59.39㎡가 지난 8월 17일 5억7000만원(17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5월 14일 실거래가인 8억4000만원(10층) 대비 2억7000만원이 하락한 금액이다. 현재 같은 전용 매물의 호가 중 최저가는 6억2500만원이다. 이곳은 현대성우8단지보다 지하철역이 더 가깝고,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있는 단지다.

초역세권 단지도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수지구청역과 붙어 있는 ‘한국아파트’ 전용 62㎡는 올해 4월 8억1500만원(15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거래가 끊기며 현재 호가는 6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단지 뒤에 위치해 있는 ‘한성아파트’과 ‘보원아파트’도 1년 전과 비교해 호가가 1억~3억원 가량 하락했다. 세 단지 모두 1990년대 중반 지어져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장에선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을 두고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집값이 대세 하락세로 돌아서자 주택을 처분하는 갭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용인 수지 아파트 매매가격은 4.31% 내렸다. 같은 기간 경기 평균 집값 하락률(-2.94%)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인근 처인구(-1.11%)와 기흥구(-3.53)보다도 낙폭이 컸다.

용인 수지는 2018년부터 갭투자자들의 성지로 불린 지역이다. 특히 갭투자는 최근 아파트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수지구청역 일대에서 활발했다. 대부분 전용 59~84㎡ 중소형 위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이 73~80%에 달했다. 신분당선을 통해 강남에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교통과 교육 등 주거 여건 대비 저평가된 지역으로 꼽히며 투자수요가 몰렸다. 2018년 12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예상보다 규제 강도가 약한 탓에 큰 영향은 없었다.

2020년 6월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된 이후에도 갭투자는 지속됐다.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여파로 전셋값이 수억원씩 급등해 전세가율이 다시 높아지면서다. 리모델링 사업으로 인한 집값 상승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가격이 오른 전세 대신 매매로 전환한 ‘영끌’(최대한도 대출 주택 구입자를 뜻하는 은어)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집값 상승세는 가팔라졌다. 갭투자가 본격화된 2019년부터 고점을 찍은 지난해 9월까지 2년 반 만에 매매가격은 4억원이 올랐다. 같은 기간 전셋값도 2억원 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인해 투자수요가 빠지고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아파트값은 가파른 하락곡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만큼 용인 수지의 하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용인 수지 아파트 거래량은 2018년 1만1238건, 2019년 6992건, 2020년 1만353건 등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450건으로 줄었고 올해 들어선 895건에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용인 수지의 경우 집값 상승 기대감에 신용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신용대출까지 끌어모아 갭투자를 한 사례가 많았다”며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매입 당시 가격으로 떨어질 우려가 커진 만큼 급매물을 던지는 갭투자자나 영끌족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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