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증가로 추가 부담금 1억 늘어
조합, 분양가 인상 통해 부담 상쇄 계획
증가분 반영 ‘한계’···미분양 우려도

16일 서울 강동구 둔춘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공사재개를 알리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이 6개월 만에 공사를 재개했지만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에 놓였다. 공사가 중단된 사이 공사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데다 조합원 추가 부담금도 크게 늘면서다. 조합은 일반 분양분 분양가를 인상해 부담을 상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미분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 대한 공사가 이날 재개됐다. 공사비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지 6개월 만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는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공사비 증액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지난 4월 15일 공정률 52%에서 전면 중단됐다. 지난 8월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서울시 중재안을 바탕으로 공사 재개와 기존 공사비 증액 등 쟁점 사항에 합의했고, 합의 내용이 지난 15일 조합원 총회를 통과하면서 공사 재개가 가능해졌다.

문제는 공사 중단으로 인해 공사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앞서 시공사업단은 조합 측에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 보상금액 약 1조1400억원을 통보했다. 분양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재착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금액, 협력업체들의 공사중단에 따른 손실금액 등이 고려된 금액이다. 여기에 2020년 6월 책정된 공사비 3조2000억원을 더하면 공사 도급금액은 4조3400억원에 이른다.

공사비 증가로 인해 가구당 추가 부담금도 크게 늘었다. 둔촌주공 조합원들이 내야 할 추가 부담금 규모는 1인당 평균 1억800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추가 부담금 규모가 8000만원으로 예상된 것에 비해 2배 이상 뛴 금액이다. 현재 조합은 시공단의 공사비 증액안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맡긴 상태로 양측은 해당 검증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검증 기간은 약 2개월이 걸릴 예정이다. 

둔촌주공은 조합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반 분양가를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조합은 연초 자체 평가에 따라 분양가를 3.3㎡당 3220만원으로 산정했으나, 최근에는 3700만원 이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의 분양가 심사 항목 중 하나인 기본형 건축비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덩달아 올랐고, 주변 시세와 비교해도 높은 가격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 산정 방식을 바꾼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이 지난 7월부터 시행했다는 점도 조합이 분양가 인상을 추진한 배경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이 자리한 서울 강동구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택지비+건축비+택지비·건축비 가산비’를 통해 분양가가 정해진다. 국토부는 개편안을 통해 주거이전비, 영업 손실보상비, 명도소송비, 총회 비용 등 필수 경비를 가산비에 포함하고 급등한 자잿값 상승분을 반영해 분양가를 올릴 수 있게 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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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늘어난 금액을 분양가에 모두 반영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시공사업단이 제시한 분양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손실금액(3644억원)과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손실금액(1125억원) 등은 건축비와 택지비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건축비 상승분 등이 고려되겠지만 지연 공사 등으로 인한 금융비용 등이 가산비로 인정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원 손실 보전을 위해선 3.3㎡당 4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합 입장에선 계획대로 분양가를 올리더라도 고민이다. 분양가를 3.3㎡당 3700만원에 책정하면 20평대 소형인 전용면적 59㎡의 분양가도 9억원을 넘어 청약자의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진다.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면 대개 분양가의 70%를 차지하는 계약금·중도금을 자력으로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 금리 인상과 고점 논란 등으로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청약 시장까지 위축된 만큼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둔촌주공의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공사 지연, 추가 부담금 등의 여파로 21억원에 이르던 전용면적 84㎡ 입주권 가격이 15억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가 중단된 사이 부동산 경기가 나빠진 데다 입주권 가격도 상당히 내려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둔촌주공이라도 미분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일반 분양 물량만 4800가구에 육박해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사업진행을 위한 자금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조합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서울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으로 불린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조합은 이르면 11월 일반분양 승인을 신청하고 12월 관리처분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일반분양은 이르면 내년 1~2월이 될 전망이다. 다만 아직 공사비 협상이 변수로 남아 있고 분양가 심사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분양 일정은 조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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