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미 KB골든라이프센터 신중동센터장 / 사진=KB국민은행

[시사저널e=손경미 KB골든라이프센터 신중동센터장] 2020년에 실시된 설문에서, 50대 직장인에게 선호하는 연금 수령방식을 조사한 일이 있다. 80%가 넘는 응답자가 일시금 수령보다 연금 방식으로 수령하길 원하는 것으로 답변했다. 그러면 이러한 선호도가 실제 연금 수령 방식 선택에 반영되고 있을까?

2021년 퇴직연금 수급(만55세 이상)을 개시한 계좌를 살펴보면, 연금 수령은 4.3%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계좌는 일시금 수령으로 종결되고 있었다. 해석해보자면, 일시금으로 수령을 희망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금 수령을 포기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무엇이 영향을 준 것일까.

/자료=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2. 4. 17 보도자료

그 원인은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연금 금액에서 알 수 있다. 일시금으로 선택한 계좌의 평균 수령액은 1615만원으로 연금수령 계좌 평균 수령액(1억 8858만원)의 8.65% 수준이다. 즉 일시금을 선호한다기 보다는 연금개시 시점의 적립금 규모가 작아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일시금으로 수령 한다는 얘기다.

/자료=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2. 4. 17 보도자료

당연한 얘기지만 소득활동 기간이 지나 은퇴생활 기간에는 자산규모 보다는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소득이 안정돼야 제2의 인생이나 행복한 노후도 있는 것이다. 그동안 500건 이상의 은퇴설계 상담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도 같다. 고객들은 그 어떤 노후자금보다 매월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연금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 좋은 연금을 많이, 오래 받을 수 있을까? 답은 너무나 간단하다. 은퇴 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실질적인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즉 연금을 연금답게 받을 수 있게 적립금을 늘리면 된다. 오지 않을 것 같은 노후도 언젠가 눈앞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은퇴 후 노후자금 마련도 주택마련자금처럼 확실한 목표로 가지고 꾸준히 저축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다들 알면서도 실천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먼 미래의 일인 노후자금 마련보다 지금 당장 급하고 우선 순위에 있는 지출 항목이 많기 때문이다. 

2002년 행동경제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만은 자신은 노후준비를 위해 단순한 규칙을 하나 지킬 뿐이라고 말한다. 바로 "쳐다보지 않는다(Don't Look)는 규칙이다. 은퇴에 대비해 자금을 자동이체 해두고 아예 없는 돈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소득이 있을 때는 노후자금으로 가용할 수 있는 적립금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절세전략이나 리밸런싱 같은 수익율 관리도 어느 정도 적립금의 규모가 있어야 더 효과가 있고 의미가 있다.

연금에 관심이 많을수록 노후에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기 연금자산을 늘리는데 활용할 수 있는 3가지 "자동" 관리 방법을 소개한다.

[첫번째 자동이체(공제)로 납입하기]

일단 월급을 받아서 사용하고 남은 금액을 먼 미래 노후를 위해 연금으로 저축 하기란 쉽지 않다. 먼저 급여에서 공제하는 방법으로 원천징수하고 남는 금액만 급여로 들어온다면 그 금액이 급여라고 생각하고 지출을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장기간 원천징수되는 공제나 자동이체를 활용하면 저축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장기간 저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져 연금자산을 늘릴 수 있다.

[두번째 매년 자동증액하기]

한번 정한 저축 금액을 줄이거나 중단 하기는 쉬어도 늘리기는 정말 어렵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매년 급여 인상 분만큼 자동 증액하여 연금을 늘리는 것이다. 어느 회사나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지만 매년 급여가 인상되는게 일반적이니 급여인상 분 만큼은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나의 노후를 위한 연금으로 준비하자. 또한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상품에 가입했다면 매년 연금 때문에 환급 받은 금액은 다시 연금으로 추가 납입하여 연금자산을 늘리는 것을 추천한다.

[세번째 수익율 자동관리하기]

장기상품인 연금의 특성상 운용수익율에 따라 실제 연금 수령 금액에 많은 차이가 있다. 수익율의 차이가 수년에서 수십년간 누적되면, 연금 적립액이 몇 배 혹은 몇 십배까지 차이날 수 있다. 하지만 생업에 바쁜 직장인이 먼 미래의 노후자산 배분까지 일일이 신경 쓰기가 쉽지 않다. 

직장인이라면 타깃 데이트 펀드(TDF)가 속편한 선택지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목표시점으로 설정하고 생애주기에 맞춰 주식, 채권 등 투자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 주는 점이 장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디볼트 옵션의 최적 투자상품으로 TDF를 첫 손에 꼽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에 발표한 ‘’2022년 세제 개편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연금계좌에 대한 세액공제와 추가납입 한도(1주택 고령가구의 주택 다운사이징 차액)를 늘렸다는 점이다. 연금 자산마련을 위한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는 개편이라고 생각한다. 늘어난 세액공제 한도만큼이라도 저축금액을 늘리면 더 많은 연금자산을 마련할 수 있다.

/자료=기획재정부 2022.7.21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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