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100만원 이상 거래 전년比 44% 상승
전세대출 이자 부담에 월세 전환 늘어

/ 자료:국토교통부, 경제만랩
/ 자료=국토교통부, 경제만랩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올해 들어 서울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 이하)의 100만원 이상 월세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전세 거래 대신 반전세나 월세를 찾는 임대 수요자가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요가 늘자 집주인들도 월세를 크게 올리는 분위기다.

15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통계시스템을 살펴보면 올해 1~9월 서울 소형 아파트의 전월세 거래량(11일 기준)은 8만5506건으로 조사됐다. 이 중 월세 거래량은 3만9891건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1~9월 기준) 이래 가장 많은 월세 거래량을 기록했다.

월세 수요가 많아지면서 월세 가격이 100만원을 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 가격 100만원 이상 거래량은 7190건으로 전년 대비 43.9% 증가했다. 전체 월세 거래에서 1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공급면적 기준 ‘25평형’ 이하 아파트 월세 거래 5건 중 1건은 세입자가 보증금 외에 매달 100만원을 넘게 낸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1만~49만원 거래량이 전체의 46%(1만8655건)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50만~99만원 35.2%(1만1404건) ▲100만~199만원 14.9%(5933건) ▲200만~299만원 2.4%(951건) ▲300만~399만원 0.5%(216건) ▲400만~499만원 70건(0.2%) ▲500만~999만원 20건(0.1%) 등으로 집계됐다.

개별 단지의 월세 가격 오름세도 두드러졌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 옥수 리버젠’ 전용면적 59.25㎡는 지난달 보증금 1억원·월세 29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동기 해당 아파트의 동일 면적이 보증금 1억원·25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16%(40만원) 상승한 셈이다.

양청구 신정동 소재 ‘목동신시가지14’ 전용 55.02㎡는 1년 만에 월세가 35만원 뛰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보증금 1억원·월세 65만원(9층)이었지만 올해는 보증금 1억원·월세 100만원(11층)에 세입자를 맞이했다.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고덕그라시움’ 전용 59.785㎡도 지난 8월 보증금 1억·월세 21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동기(보증금 1억원·월세 190만원) 대비 월세 부담이 높아졌다.

주택 경기 침체에도 월세 가격만 강세를 보이는 건 금리 상승 여파로 전세 수요 상당수가 월세로 옮겨가면서다. 2020년 7월 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셋값이 가파르게 올랐고, 지난해 말부터 전세자금대출 금리까지 계속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대출 이자 금액이 상승하자 아파트 매매 거래는 줄어든 반면 반전세나 월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 가격도 상승하고 있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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