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에도 중소기업 대출 급증, 환율·금리 급등
당국 "배당 자제하고 손실흡수력 키워야"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서울 사옥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지주가 올해 3분기에도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자본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대출이 크게 늘고 시중금리와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자본건전성이 하락하는 만큼 금융지주는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 3분기 합산 당기순이익 예상치는 4조5862억원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둔 순익 대비 11.3% 늘어난 규모다.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3분기도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본건전성은 오히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금융지주는 2분기에도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자본건전성 지표는 하락했다. 6월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단순 평균치는 3월 말과 비교해 약 0.3%포인트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이 늘면 자본 항목인 이익잉여금이 늘어나 BIS비율도 오르는 경향을 보이지만 정 반대의 결과가 발생했다. 

3분기에도 금융지주의 BIS비율이 하락이 예상되는 이유는 중소기업 대출 급증과 금리·환율 상승 등의 요인 때문이다. 2분기 BIS비율이 하락한 것도 이러한 요인이 작동한 결과였다. 3분기에도 중소기업 대출은 계속 크게 늘었다. 금리·환율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강화의 영향으로 더 크게 상승했다.  

올해 3분기 동안 4대 금융지주의 은행 계열사가 내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약 486조원으로 6월 말과 비교해 약 10조원 늘었다. 1분기, 2분기에 각각 12조원 가량 늘어난 것에 이어 크게 증가했다. 올해 금융지주는 가계대출 규모가 계속 줄자 대출자산의 성장을 중소기업을 비롯한 기업대출로 꾀하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 대출은 다른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아 규모가 늘어날수록 BIS비율도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시중금리도 3분기에 계속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지주가 보유한 채권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자본 감소를 불러와 BIS비율을 하락시키는 효과를 낸다. 시중금리의 대표적인 지표인 국고채 3년 물 금리는 9월 말 기준 4.186%으로 6월 말(3.55%) 대비 약 0.6%포인트 크게 올랐다. 2분기에 3.7%까지 오른 금리는 8월 3% 초반까지 하락하는 등 진정세를 보였지만 다시 급등했다. 

환율은 역대급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1400원대를 돌파했다. 지난 2분기에 1300원선까지 올라선 원·달러 환율은 이후 한 달간 진정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다시 치솟았다. 환율이 급등해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은행이 가진 외화자산을 원화로 환산한 규모가 커져 BIS비율의 하락을 초래한다. 이에 추경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기관의 BIS(국제결제은행) 자본비율이 하락하는 데 따른 문제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3분기에 BIS비율이 또 하락하면 금융지주는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금융지주는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을 연이어 진행하고, 분기·중간배당을 정례화하는 등 주주가치 극대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올해 결산배당도 최대한 규모를 늘리는 쪽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BIS비율이 하락하는데도 배당 확대로 자본유출을 늘리려 한다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수 있다. 당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배당을 자제하고 대손충당금을 늘려 부실 사태에 대한 대응력을 키울 것을 계속 주문했다. 물론 현재 금융지주의 BIS비율은 규제치 대비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심각한 위기가 오면 금융지주가 입을 손실이 예상보다 클 수 있기에 자본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은 각 금융지주의 고유한 경영의 영역이라 감독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금융지주는 가능한 배당 확대를 자제하고 손실흡수력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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