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원 이하 아파트 응찰자 수 싹쓸이
자금 부담 덜해 투자자·실수요 몰려
1억 이하도 인기··· “취득세 제외·갭투자 수월”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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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동산 시장에 이어 경매 시장에도 한파가 불고 있지만 수도권 내 중저가 아파트는 비껴가는 모양새다. 특히 6억원 이하 물건들은 투자자뿐 아니라 실수요까지 몰리며 응찰자 수 순위를 싹쓸이하고 있다. 보금자리론 등 이자가 낮은 정책금융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유찰로 인해 입찰가격이 낮아져 저가 매수가 가능하다는 점이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 남동구 구월동 ‘아시아드선수촌8단지’ 전용면적 84㎡은 전날 열린 입찰에 53명의 입찰자가 참여했다. 인천 평균 응찰자 수(3명)의 18배 가까운 투자자가 몰린 것이다. 해당 물건은 감정가 5억5800만원에서 입찰을 시작했지만 두 차례 유찰되며 최저 입찰가가 2억7342만원까지 떨어졌다. 경매가 유찰될 때마다 입찰가는 통상 20~30% 낮아진다. 이 물건은 세 번째 도전 끝에 3억9166만원에 최종 낙찰되며 낙찰가율 70.19%를 기록했다. 해당 단지에서 같은 크기 매물이 지난달 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7000만원 낮은 수준이다. 호가는 5억~5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지난달 열린 경기 하남시 신장동 ‘백조현대’ 전용 49㎡ 입찰엔 49명이 몰렸다. 감정가 5억9000만원으로 시작했지만 2회 유찰 이후 최저 입찰가격이 2억8910만원까지 내려가자 저가매수를 희망하는 투자자와 실수요자가 경합을 벌인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물건은 감정가의 76.3%인 4억5009만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8월 같은 평형대 실거래 가격(5억원) 대비 5000만원 낮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해당 단지는 5호선 하남검단산역이 가까이에 있고, 남쪽에는 교산신도시가 조성될 예정이어서 인프라가 더욱 확충될 예정이다”며 “입지가 좋고 가격이 시세보다 낮아 응찰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억원 이하 주택에 사람이 몰린 건 비교적 자금 부담이 덜해서다. 6억원 이하 아파트는 보금자리론, 디딤돌 등 저금리의 정책 대출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서민 실수요자가 매수할 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완화 적용된다. 보금자리론은 약정 만기(최장 50년) 내내 대출금리가 고정돼 실수요자가 금리인상 시기에도 영향 없이, 매월 안정적으로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있는 상품이다. 6억원 이하 집을 담보대출 받을 때 신청할 수 있고, 대출한도는 3억6000만원이다. 특히 실수요자는 LTV 한도가 최대 70%다.

여기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아 내 집 마련을 위해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기 수월하다는 점도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이 6억원 이하일 때 전세가율은 62.3%였고, 6억~9억원 이하 아파트는 58.0%, 9억~15억원 이하 54.8%, 15억원 초과 49.8%로 매매가격이 높아질수록 전세가율이 하락했다.

감정가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의 인기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의 감정가 6억원 이하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84.7%을 기록했다. 6억원 초과 아파트(76.1%)보다 8.6% 포인트 높았다. 평균 응찰자 수는 6억원 이하 아파트가 6.52명, 6억원 초과 아파트가 4.55명으로 집계됐다.

1억원 이하 물건도 인기다. 비교적 전세가율이 높아 낙찰 직후 매매 가격과 비슷하거나 높은 가격에 전세를 놓을 수 있어 대출 부담이 적어서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수요가 몰리는 요인이다. 실제로 이달 4일 진행된 경기 파주시 금촌동 그린아파트(전용 20㎡) 입찰엔 48명이 경합했다. 최종 낙찰가는 6810만원으로 감정가(7000만원)의 97% 수준이다. 현재 해당 단지는 매매와 전세가 각각 6500만~7500만원, 5500만~65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전세가율은 84~86%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 중과를 받지 않고, 매매 가격보다 높게 전셋값을 책정해 대출 부담이 크지 않다”며 “애초에 가격대가 낮은 만큼 집값 하락기에도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심리도 깔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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