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효과 상대적으로 적은 남자 골프 후원 집중해 온 CJ
한화 불꽃축제 1시간 소요 예산 수 십억 달해···홍보 효과보다 공헌에 방점 둔 이벤트
“그룹 및 오너의 경영 철학 반영돼 지속 유지 가능”

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 서머린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최종라운드 우승 뒤 트로피를 들고 있는 김주형과 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세계불꽃축제 당시 전경. / 사진=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 서머린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최종라운드 우승 뒤 트로피를 들고 있는 김주형(오른쪽)과 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세계불꽃축제 당시 전경. / 사진=연합뉴스, 편집=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이윤 추구가 존재 이유인 기업이 그와 무관해 보이는 활동을 장기간 꾸준히 한다면, 이는 곧 그룹의 철학과 연결된다. 한화그룹의 불꽃축제와 CJ의 골프후원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이 해당 활동을 이어가는 것과 관련, 일각에선 홍보효과 때문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지만 그보다 사실상 오너들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2002년생 김주형이 골프황제 타이거우즈와도 비견되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8월 윈덤 챔피언십에 이어 최근 슈라이어스 칠드런스 오픈까지 연이어 우승했다. 과거 타이거우즈보다 빨리 투어 2승을 달성한 것이다. 연이은 우승으로 김주형은 세계랭킹 15위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 중 톱랭커가 됐다.

해당 대회 이전 우승자는 한국 남자골프 간판으로 여겨지는 임성재다. 임성재는 김주형의 우승 확정 후 함께 출전한 김시우와 함께 모여 축하를 나눴다. 이들 모자에는 모두 CJ 엠블럼이 새겨져 있었다.

최근 한국 남자골프선수들의 돌풍 이면엔 CJ가 있다. 김주형을 비롯해 이경훈, 김시우, 임성재 등 현재 한국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인물들은 모두 유망주 시절부터 CJ의 지원을 받아왔다.

CJ의 남자 골프 후원은 회사와 오너의 경영철학이 모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대기업들이 주로 홍보 효과를 위해 야구, 농구 등 인기스포츠에 집중할 때 CJ는 골프로 눈을 돌렸다. ‘최초’를 강조하는 ‘온리원(ONLYONE)’ 경영철학이 스포츠 후원의 바탕이 됐다는 게 CJ관계자의 설명이다. 그 중에서도 유명선수보다 유망주를, 이미 인기를 끄는 여자골프가 아닌 남자골프에 투자를 하는 것은 이재현 CJ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꾸준히 투자해 온 결과 덤으로 홍보효과까지 따라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주형이 우승으로 주목받으며 CJ가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비비고’ 브랜드도 함께 부각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2000년부터 22년 간 꾸준히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열어오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이지만 불꽃축제는 사회공헌 이상의 의미를 갖는, 한화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연례행사가 됐다.

특히 지난 8일 열렸던 불꽃축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열린 터라 더욱 많은 인파가 몰렸다. 직접 현장을 찾은 인파들은 물론, 유튜브 생중계 등으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코로나19 탓에 수 차례 기획이 변경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열리게 됐지만 시민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불꽃이 젊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일각에선 한화그룹이 불꽃축제를 통해 큰 홍보 효과를 누린다고 보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전언이다. 한화 관계자는 “불꽃축제는 그룹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닌 꾸준히 해온 공헌사업에 가깝다”고 전했다.

실제로 20년 넘게 한화가 해당 행사를 열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한화가 축제를 주관하는지 모르고 즐기는 이들도 있다. 한화 불꽃팀 관계자는 “행사를 준비하는 데 8개월가량 시간이 소요된다. 기획 단계부터 해외팀 초청 후 제품생산까지 많은 시간이 들고 화약에만 수십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가 매년 불꽃축제를 열어올 수 있는 것은 그룹과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화의 불꽃사업은 역사가 깊다. 세계불꽃축제를 열기 훨씬 전인 1964년부터 시작해 1988년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가적 행사의 불꽃을 한화가 담당해왔다.

김 회장은 불꽃축제에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불꽃축제 당시 장기근속자 부부 및 협력사 가족들을 한강 유람선으로 초청해 함께 축제를 즐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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