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첫 주, 10개 단지 7곳 미달
비규제 전환 지역도 흥행 참패
“금리 인상·집값 하락 우려에 커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지난해 대구 등 일부 지역에 불었던 미분양 한파가 올해 들어 전국 청약 시장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 조정지역대상에서 벗어난 지역에서도 무더기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금리 인상으로 매수 부담이 커진 데다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4~6일) 전국에서 청약에 나선 10개 단지 가운데 7곳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미달 물량이 나온 지역은 ▲대구 ▲경남 ▲전남 ▲전북 ▲충북 등이다. 전체 공급 물량(4054가구) 가운데 56%(2296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번 청약에서 미달을 면한 단지는 경기 2개 단지(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반월자이 더 파크)와 대구 서구 내당동 ‘두류역 자이’가 유일하다.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의 경우 ‘조합원 취소 물량’, 반월자이 더 파크가 ‘임대 후 분양 전환 물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주 공급된 물량 중 1순위 마감에 성공한 곳은 두류역 자이 한 곳인 셈이다. 다만 평균 청약 경쟁률은 6.5 대 1로 높지 않은 편이다. 공급 물량이 71가구에 불과해 미달을 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자료=청약홈
/ 자료=청약홈

이번 청약에서 눈에 띄는 점은 윤석열 정부 들어 비규제 지역이 된 지역들도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대구 북구에서 공급된 ‘대구역 센트레빌 더 오페라’는 36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25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주택형 4타입 모두 청약 접수가 미달했다. 6월 30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여수에선 ‘여수 원더라움 더힐’은 169가구 모집에 21명이 신청해 148가구가 미달됐다.

대형사들이 공급한 단지들도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포스코건설이 전남 광양에서 공급한 ‘더샵 광양 라크포엠’은 898가구 중 절반(426가구)이 미달됐다. 광양은 6월 30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비규제 지역인 충북 음성에선 GS건설의 ‘음성자이 센트럴시티’도 1454가구 모집에 423명이 신청해 미달을 기록했다. DL건설이 경남 사천에서 공급한 ‘e편한세상 사천 스카이마리나’ 역시 1035가구 중 절반(578가구)가 미달 물량으로 나왔다.

비규제 지역 분양 시장 침체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 부담이 높아진 데다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 가격은 6월 2주(-0.01%)부터 하락을 시작해 약 5개월 동안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 23일 규제지역 해제 발표 이후인 9월 4주(–0.16%), 10월 1주(–0.15%)에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매수심리)도 9월 4주(88.5), 10월 1주(88.3)으로 떨어졌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규제 지역의 장점인 대출 규제 완화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 부담 증가로 상돼된 모양새다”며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분양 시장도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분양 물량이 대거 공급을 앞두고 있어 미분양 증가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4분기(10~12월) 지방 5대 광역시에선 24곳·2만7075가구(임대 포함, 오피스텔·행복주택 제외)가 공급될 예정이다. 3분기(1만3552가구) 대비 99.8%, 지난해 같은 기간(1만5360가구)보다 76.3% 늘어난 수준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방 대부분의 지역이 입주 물량 증가로 인한 공급 부담이 현실화될 전망이다”며 “단기 거래 증가나 다주택자의 추가 구입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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