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낙찰 물량 배분·투찰가격 합의한 혐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검찰이 철근 입찰 담합 혐의를 받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국대 7대 제강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담합 규모는 발주금액 기준으로 약 5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답합에 참여한 7개 제강사의 2019년 기준 철근 생산능력은 전체 대비 약 92.2%이고, 생산량에 따른 시장점유율은 약 99%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12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와이케이스틸, 환영철강공업, 한국제강 등 7개 제강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한 철근 연간 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물량을 배분하고 입찰 가격을 합의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2018년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한 철근 연간 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물량을 배분하고 입찰 가격을 합의한 제강사 7개사와 압연사 4개사 등 11개사에 지난 8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565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또 이 과정에서 담합을 주도하고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7개 제강사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9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희망수량 경쟁입찰’에도 복수 업체가 최저가, 탈락업체 없어···업체별 투찰율 최저 98.94%

공정위에 따르면 이 기간 공공분야 철근 입찰은 ‘희망수량 경쟁방식’으로 실시됐다. 희망수량 경쟁입찰은 입찰 참가자가 희망가격과 수량을 써내고서,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 순으로 조달청 입찰공고물량이 도달할 때까지 입찰자를 낙찰자로 정하는 방식이다.

각 입찰자는 단가와 희망수량을 제출하는데, 1등 ‘최저가’ 업체가 납품희망 수량을 충족할 경우 차순위 최저가 업체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통상 희망수량 경쟁입찰에서는 ‘각 입찰자가 투찰한 가격’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최저가로 투찰한 입찰자의 가격’으로 다른 입찰자의 계약도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입찰된 업체들의 투찰가격이 대부분 ‘최저가’가 되거나 최저가에 근접했던 셈이다.

공정위는 “이 사건에서는 최저 투찰가격이 적용되다 보니 투찰가격까지 합의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탈락업체 발생율은 제로(0%)였다. 공정위는 “총 28건의 입찰이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희망수량 경쟁방식의 입찰에서 단 한번도 탈락 업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입찰참가업체들의 투찰율은 조사기간 98.94~99.99%였고, 2012~2015년에는 거의 99.90%이상으로 조사됐다.

제강사들은 각 업체별 생산능력과 과거 조달청 계약물량 등을 기준으로 낙찰 물량을 배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2015년 입찰에서 동국제강이 서류 미비로 입찰참가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응찰하지도 못했는데, 나머지 업체들이 동국제강 몫인 25만7000톤을 남겨두고 투찰을 진행했다”며 “그 후 동국제강이 수의계약으로 남은 물량을 독식했다”고 부연했다.

공정위는 업체들이 주고받은 서신과 쪽지, 업무수첩 내용, 일일 업무보고 수첩 및 문서, 복수의 진술 등을 확보했다. 조달청 입찰 당일 제강업체와 압연업체 담당자들이 식당 등에 모여 최종적으로 배분된 입찰 물량을 확인하고 투찰에 대한 예행연습도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공정위는 ‘담합 주도성’ 등을 고려해 현대제철 전현직 직원 2명과, 동국제강·대한제강 전직 직원 각 1명, 한국철강·와이케이스틸·환영철강공업 현직 직원 각 1명, 한국제강 현직 직원 2명에 대해 검찰에 고발을 결정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