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EV·EUV 올해 9월 각각 279대, 521대 판매···물량 수급 개선되며 판매량 늘어
노조 전기차 생산배정 요구 임단협부터 지속···전기차 시대 도래할 수록 갈등 우려
IRA 시행으로 국내 전기차 생산 현실적으로 어려워···GM 역시 미국 내 생산이 유리해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최근 한국GM의 국산모델 단산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전기차 생산배정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입 전기차 모델 볼트EV 및 볼트EUV 판매량이 높아지며 향후 노사 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한국GM에 따르면 지난 9월 쉐보레 볼트EV 및 볼트EUV의 판매량은 각각 279대, 521대로 지난 8월 판매량 124대, 199대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앞서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며 물량공급에 차질을 겪었는데 상황이 개선되며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볼트EV 및 볼트EUV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돼 국내에 판매되는 수입 모델이다. 

3분기 쉐보레 전기차 볼트EV와 볼트EUV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3분기 쉐보레 전기차 볼트EV와 볼트EUV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볼트EV·EUV 흥행 조짐은 한국GM이 몇 년째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희소식으로 전해진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최근 한국GM 노조의 전기차 생산배정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노사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GM 노조는 앞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부터 전기차 국내 생산물량 배정을 요구했다. 최근 자동차 시장이 개편되는 상황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만으론 미래 먹거리 확보가 불확실하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한국GM의 2인자로 불리는 실판 아민 사장이 방한했을 때도 노조는 전기차 국내 생산을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최근 국내 생산모델의 감산 소식이 전해지며 전기차 생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GM의 국내 생산모델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 등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단종될 예정이다. 한국GM은 향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와 내년부터 판매 예정인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위주의 판매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소형 내연기관차만으로 미래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소형차 누적 등록대수는 9만1889대로 모든 부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가솔린차 등록대수는 59만5059대로 전년 동기(65만109대) 대비 8.5% 감소했다. 반면, 전기차 등록대수는 11만9841대로 지난해 6만9023대와 비교해 73.6% 증가했다.

물론 트레일블레이저는 내수판매보다 수출판매 비중이 높은 편이며 신형 CUV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 내 전기차 판매량은 약 42만1000대로 전년 동기 28만8000대보다 46.2% 증가했다. 북미지역은 GM(제너럴모터스)의 주요 판매 시장이다. 

한국GM은 오는 2025년까지 국내 시장에 전기차 모델 총 10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기차 수요가 공급 대비 높은 상황에서 새로 출시될 모델까지 볼트EV·EUV와 같이 흥행을 이어간다면 노사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선 이러한 상황에도 GM이 전기차 생산물량을 국내에 배정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실행함에 따라 국내 전기차 생산이 더욱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IRA는 미국 내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GM 입장에선 한국보단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편이 유리하다. 

또 국내 노조가 강성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미래 주요 판매차종에 해당하는 전기차를 한국GM에 맡기기엔 부담이 따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노조의 전기차 생산배정 요구와 관련, 한국GM 관계자는 “실판 아민 사장이 이번 방한한 목적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신규 공장 실태를 점검하고 신형 CUV 생산 상황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며 “전기차 생산과 관련된 내용은 공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최근 부평 2공장에 1200명 가량 전환배치하며 일자리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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