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 1년간 궐련형 전자담배 임상 연구결과 발표
연초에서 글로로 전환시 폐질환·심혈관질환 등 개선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정부와 전자담배 업계가 ‘인체 유해성’을 두고 다른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전자담배의 영향에 대한 객관적 연구가 없는 만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전자담배 업계는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담배업체 BAT로스만스는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초 담배에서 자사 제품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로 전환할 경우 각종 건강 지표가 개선된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BAT는 23~55세 성인 500명을 비흡연자 그룹과 금연 그룹, 연초를 지속 흡연한 그룹, 연초에서 글로로 완전히 전환한 그룹으로 나눠 1년 동안 임상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11일 BAT로스만스 미디어 간담회. / 사진=BAT로스만스
11일 BAT로스만스 미디어 간담회. / 사진=BAT로스만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규모. / 자료=기획재정부, 표=김은실 디자이너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규모. / 자료=기획재정부, 표=김은실 디자이너

BAT는 연구결과 “글로로 완전히 전환한 그룹은 연초를 지속 흡연한 그룹에 비해 폐질환, 암, 심혈관질환 등 조기 발병과 관련된 잠재적 위해 지표가 상당히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염증 지표인 백혈구 수치도 유의미하게 감소됐고 산화 스트레스 수치도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임상결과를 총괄한 샤론 구달 박사는 “연구에서 질병 발달과 관련된 잠재적 위해 지표 평가를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로 전환한 성인 흡연자의 변화를 평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BAT의 연구 결과는 의학학술지 ‘인터널 이머전시 메디신(Internal and Emergency Medicine)’에 실렸다. BAT는 “200가지 이상 화학검사와 75가지 이상 생물학 검사를 한 결과 글로 흡입시 나오는 에어로졸(공기에 섞인 미세입자)에 포함된 독성이 연초 연기보다 90~95% 낮아졌다”면서 “그러나 글로라고 완전히 무해하지 않으며 니코틴 중독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전자담배는 연초보다 건강에 덜 해롭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부와 이견을 펴왔다. 지난달 16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공동 개최한 ‘제1회 금연정책 공개토론회’에서 윤석범 복지부 건강증진과 사무장은 “국내 정책에서 보면 전자담배는 법적으로 담배와 별도 분류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 등은 현행법상 담배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아 각종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BAT의 임상결과를 시작으로 올 하반기 전자담배 시장점유율 싸움은 한층 더 가열될 전망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3597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조8151억원으로 4배 이상 커졌다. 해당 시장은 2025년 2조5000억원 규모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BAT로스만스의 글로 제품들. / 사진=한다원 기자
BAT로스만스의 글로 제품들. / 사진=한다원 기자
글로 프로 슬림. / 사진=한다원 기자
글로 프로 슬림. / 사진=한다원 기자

현재 전자담배 시장은 KT&G가 47%가량의 점유율을 보유하며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2위로 밀려난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4로 불리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이루마’를 출시하기로 했고, KT&G도 이에 맞서 ‘릴’의 신제품 ‘릴 하이브리드’를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BAT는 기존 출시된 글로 제품으로 하반기 승부수를 건다. BAT는 지난 2017년 글로 시리즈1를 첫 선보인 이후 2018년 글로 시리즈2, 2019년 글로 미니, 글로 프로, 지난해 글로 프로 슬림을 출시한 이후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은지 BAT 대표는 “경쟁사 신제품이 출시된다고 신제품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면서 “경쟁사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에 대해 대응 전략은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공략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조만간 여러 활동들을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임상결과 발표 후 보건당국이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체에 덜 유해하다는 주장에 증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보건복지부가 바라보는 것과 업계에서 바라보는 것이 다른 건 사실”이라며 “지금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이야기를 드리기 보다는 저희가 갖고 있는 수치들을 가지고 조금 더 얘기를 나누고 당국에 한 발짝 다가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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