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장관, 산하기관에 강도높은 혁신 주문···사퇴압력 거세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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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개월 간 국토부 산하기관장 자진사퇴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국토교통부 감찰의 타깃이 된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권형택 사장이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국토부 산하기관장 물갈이가 가속화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월부터 이달까지 임기가 수개월 이상 남은 국토부 산하기관장이 세 명이나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영향이다.

표면적으로는 국토부의 혁신방안에 산하기관장이 책임을 지고 옷을 벗는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희룡 장관이 자신의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문재인정부 코드인사로 취임한 정치색 다른 이들을 중심으로 대대적 물갈이에 나서고 새 사장을 임명하는 절차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권형택 HUG 사장의 자진사퇴로 새 정부 들어 국토부 산하기관장의 자진사퇴는 세 번째가 됐다. 권 사장의 임기는 2024년 4월까지로 약 1년 6개월 가량 남아있다. 또 엿새 뒤인 오는 12일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도 앞두고 있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갑작스레 권 사장이 사임의사를 밝힌 것이 국토부의 강도 높은 감사와 관련이 깊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HUG 감사 과정에서 HUG 본사의 임직원이 영업지사에 특정 건설업체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하는 압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이 과정에서 권 사장에 대한 감사도 함께 진행했다.

표면적 사퇴 사정은 이러하나, 원 장관과 권 사장의 정치색이 다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권 사장은 2010~2012년 당시 인천시장이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특별보좌관(경제, 금융, 투자부문)을 역임해 전 정부 출신 인물로 분류돼왔기 때문이다.

8월 초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김현준 LH 사장 역시 비슷한 케이스다. LH 임직원 세 명은 지난 6월 업무차 출장 간 곳에서 골프를 즐기다 추후 발각돼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원 장관은 유감을 표했고, 이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의 문제의식 부재을 들며 철저한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원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을 하고 한 달 뒤 김 전 사장이 용퇴 의사를 전한 것이다.

특히 문 정부가 임명한 대형 공공기관장이라는 이유에서도 원 장관 입장에서 곱게 보이진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실제 김 전 사장은 조직에 새 정부의 주택 250만가구+α 공급대책 추진을 앞두고 정책을 함께할 새로운 적임자를 찾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전하고 사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진숙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역시 지난 6월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서도 우수(A) 등급을 기록할 정도였지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도시공사 임원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지 이틀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사장은 지난 2018년 차관급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올랐고 도로공사 50여년의 역사 중 첫 CEO였다. 임기는 내년 5월까지였다.

업계에서는 원 장관이 산하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하고 있는 만큼, 이외의 산하기관장들에 대한 사퇴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회 야당 측 한 보좌진은 “공공기관 혁신 차원의 문제라면 사장 용퇴가 필요하지만, 수긍할 수 있는 교체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합당한 인물로 물갈이 되는지는 예의주시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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