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인세 인하 법안, 야당 반대로 사실상 무산 가능성 커져
원자재값 상승에 국내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쳐 채산성 악화 우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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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세계 경기 침체로 그 어느때보다 힘든 시기가 예상되는 기업들이 국내 상황에 또 한 번 한숨짓고 있다. 전기세 인상에 채산성 악화가 예상되는데다, 그나마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한 법인세 인하안까지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정부가 ‘2022 세제개편안’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기업들은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정부 안은 문재인 정부 때 올려놓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22%)로 낮추고 4개로 돼 있던 과표구간을 2, 3개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 한 재계 인사는 ”기대했던 수준의 개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OECD 수준으로 돌아가긴 하지 않느냐”며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국가 상황을 보면 (야당이)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기대와 달리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종부세 및 법인세 완화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공식적으로 아예 해당 안을 통과시킬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이다. 지난 5일 있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이 같은 의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법인세 인하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했다. 절대다수인 민주당이 반대하면 법인세 인하안은 통과될 수 없다.

이미 재계에선 현재 정국을 봤을 때 법인세 인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적 악재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이전 정부에서 올려놓은 법인세율을 계속 적용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기업은 물론, 종사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40대 초반 미혼의 한 IT기업 과장급 인사는 “대외 상황상 회사 어려워질 게 눈에 보이는데 법인세 인하까지 물 건너 가게 생겼으니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걱정”이라며 “’부자감세’라는 게 결국 따지고 들어가 보면 기업에 다니는 나 같은 사람 겨냥한 소리가 되는데, 나보다 훨씬 많이 벌고 집도 차도 있는 정치인들이 할 소리인가”라고 토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8월 9~24일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2%가 올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이 아직 없거나 세울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현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기업 임원은 “고용이라는 것은 목표를 정해 놓고 하는 건 한계가 있고 상황에 맞게 하게 되는 것인데, 현 상황을 볼 때 고용 및 채용 규모를 무조건 유지할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한전은 다음달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키로 했는데, 특히 산업용은 kWh당 최대 11.7원까지 오른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소비량 증가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고, 또 가정용에 비해 지나치게 저렴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인상해야 한다는 부분에 있어선 일부 기업인들도 공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다만 최근 글로벌 악재에 따른 경기 침체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 시점에서의 인상이 기업과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지난달 30일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들에게 매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기업에게 에너지절약시설 등에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금융·세제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기업들이 지금 가장 힘든 건 환율, 국제유가 및 전기요금 상승 등 제조원가에 영향을 주는 악재들이 많아져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법인세 조절 등을 통해 숨퉁은 트이게 해줘야 고용, 투자 등을 창출할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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