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실적 감소세·낮은 LAT잉여율
IFRS17 아래서 수익성·건전성 악화 가능성

서울 용산 KDB생명 본사 전경 / 사진=KDB생명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KDB생명도 매각할 준비를 하고 있어 이번엔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선 KDB생명이 올해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내년 새 제도가 도입되면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고 자본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수 있어 매각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석훈 산은 회장은 최근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개최한 조찬 포럼에서 KDB생명 관련 질문에 대해 “매각 작업을 최대한 빨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6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을 계기로 KDB생명을 비롯한 관리 기업들을 시장에 내놓기로 방향을 잡았다.  

KDB생명은 그간 매각에 난항을 겪었다. 최대 주주인 산은(지분율 92.73%)은 2010년 금호그룹 지원을 위해 금호생명을 인수해 현재의 사명으로 바꿔 달았다. KDB생명은 인수합병(M&A) 매물으로 꾸준히 이름을 올렸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산은은 JC파트너스와 매각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승인을 내리지 않으면서 결국 불발됐다. 

KDB생명은 올해 수익성·건전성 모두 개선을 이뤄냈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0% 급증했다.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지급여력비율(RBC)도 6월 말 199.62%로 작년 말 대비 약 30%포인트 크게 개선됐다. 이에 이번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선 인수자를 찾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올해 수익성·건전성 개선은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는 평가다. 당기순익은 늘었지만 본업인 보험영업은 부진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수입보험료는 1조48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4% 급감했다. RBC 개선도 올해 6월 금융당국이 금리 급등으로 어려워하는 보험사들을 위해 관련 제도를 변경해준 덕분이었다. 지난 3월 말엔 RBC가 159%로 내려가 당국의 권고 하한선(150%)에 근접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새 회계기준(IFRS17)과 신(新) 자본건전성 제도(K-ICS·킥스)가 도입되면 KDB생명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장성 상품 실적이 감소한 점이 문제로 꼽힌다. KDB생명의 지난해 보장성상품 수입보험료는 1조2876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 감소했다. 특히 향후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초회보험료가 줄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는 287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7% 크게 줄었다. 올해 1분기 초회보험료도 전년 동기 대비 37% 급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새 제도 아래서 수익성·건전성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보장성보험 실적을 늘려야 한다. 그간 생보사들의 매출 확대에 큰 기여를 한 저축성보험의 보험료는 새 제도에선 대부분 수익으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장성보험 상품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구축돼야 꾸준한 이익 증가와 함께 자본 증가로 인한 재무건전성 개선이 가능하다. 이에 최근 몇 년 간 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KDB생명은 이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영업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도 보이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동안 KDB생명가 영업을 위해 지출한 사업비는 89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 오히려 줄었다. KDB생명은 지난 2017년 본사 직원 30%를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이후 사업비가 계속 쪼그라 들었다. 2017년 2759억원이었던 사업비는 지난해 1851억원으로 약 1000억원 감소했다. 올해도 이 추세는 계속됐다. 

자본건전성 자체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KDB생명의 올해 6월 말 부채적정성평가(LAT) 잉여율은 15% 정도로 업계 하위권이다. KDB생명이 포함된 총자산 20조원 내외의 중형급 생보사 6곳(KDB·푸르덴셜·메트라이프·ABL·AIA·푸본현대) 중에서도 LAT 잉여율이 낮은 편에 속한다. LAT 잉여율이 낮으면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IFRS17이 도입된 후 부채가 제도 변경 전의 부채 규모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더 크단 의미다. 

이마저도 올해 금리가 크게 올라 지표가 개선된 수준이다. 금리가 지금보다 낮았던 지난해 말엔 LAT 잉여율이 3%에 그쳤다. 올해는 금리가 계속 오름세를 유지하겠지만 내년 이후에는 다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가 하락하면 KDB생명은 부채가 불어나 자본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은 올해 금리 급등 상황에서도 RBC를 규제치 이상으로 관리한 점은 분명 인수 매물로서 장점이 된다”라며 “다만 새 제도가 도입되면 수익성·건전성에서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점은 부담일 것”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