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ELS 녹인 배리어 하회 공지 줄줄이 나와
주가 급락한 엔비디아·네이버 관련 ELS가 다수 차지
증시 부진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 확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주식형 ELS(주가연계증권)에서 기초자산이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가격 기준) 아래로 떨어지는 사례가 다수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주식형 ELS에 투자했지만 최근 증시 하락으로 인해 손실 위기까지 내몰리게 된 것이다. 증시 하락세가 짙어질 경우 이 같은 사례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증시 급락에 주식형 ELS 비명···녹인 45%도 안심 못해

2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주요 증권사 9곳(미래에셋증권·하나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한화투자증권·유안타증권)에서 나온 주식형 ELS의 녹인 배리어 하회 공지 건수(공모 기준)는 26건, 발행금액은 총 277억원에 이른다. 지난달엔 이 같은 공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드러진 모습이다. 

주식형 ELS는 기초자산에 개별 상장 종목을 포함하는 상품을 말한다. 주식형 ELS는 대표 주가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 일반적인 ELS에 비해 기대 수익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주가지수 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에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식형 ELS에 상대적으로 몰렸었다.

대표적으로 최근 녹인 배리어 하회 이슈가 발생한 키움증권의 ‘제256회 뉴글로벌 100조 ELS’는 지난해 12월 초 세전 연 22%의 수익률을 내걸고 시장에 나왔다. 이 ELS는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데, 당시 반도체 빅사이클과 전기차 시대 도래 기대감이 컸던 데다 녹인 배리어도 45% 수준으로 평균 보다 낮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상품으로 평가된 바 있다.

그러나 기초자산 중 엔비디아의 주가 급락이 나오면서 녹인 배리어 기준가를 밑돌게 된 것이다. 이 ELS의 엔비디아 최초 기준가격은 304.9달러였고 녹인 가격은 최고 기준가의 45%인 137.2050달러였다. 그러나 이달 초 엔비디아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137.2050달러를 밑돌았다. 만일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만기 시 원금손실이 불가피해진다.

◇ 엔비디아·네이버 등 급락이 주원인···하락장에 투자자 근심도↑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다른 ELS도 상황이 다르진 않다. 엔비디아의 주가 급락으로 녹인 배리어를 하회한 ELS만 이달 들어 12개로 26건 중 절반 수준에 이른다. 이 ELS의 총 발행금액만 158억원 수준이다. 엔비디아는 코로나19 대확산에 따른 그래픽카드 수요 폭증에 지난해 11월 중 346.47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최근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금지와 반도체 업종 다운다이클 우려가 확대되면서 131.7달러까지 내린 상황이다.

네이버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일부 ELS 역시 녹인 배리어를 하회한 경우가 많았다. 이달 들어 8개의 ELS에서 네이버 관련 녹인 배리어 하회 공지가 올라왔다. 네이버 역시 지난해 9월 45만2500원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21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가 50% 넘게 빠지면서 지난해 고점 부근에서 발행된 ELS에서 녹인 배리어 하회 이슈가 발생한 것이다. 

국내 대표 우량주인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에서도 녹인 배리어 터치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5월에 발행된 하나증권 12387회는 지난 8일 원금 손실가능 구간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녹인 68%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이밖에 이마트, 메타플랫폼스(META)을 기초자산으로 한 일부 ELS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문제는 증시 부진이 길어질 경우 ELS 손실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식형 ELS 대부분이 금리 상승에 취약한 성장주 위주인 점이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1년 기준 주식형 ELS의 기초자산별 발행금액 상위 종목에 테슬라와 AMD, 엔비디아 등 기술주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지난해와 올해를 놓고 보면 증시 환경과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로 인해 일반 주식 투자자뿐만 아니라 ELS 투자자들 역시 근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가파른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으로 증시의 추가적인 하락 시 ELS 손실 공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9월 1~20일 기준. 자료=각사 공지. / 표=정승아 디자이너.
9월 1~20일 기준. 자료=각사 공지. / 표=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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