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논의 시작됐지만 지방 균형발전 저해·세수 감소 우려로 신중론 불거져
세계 주요국, 반도체 부문서 ‘총성 없는 전쟁’···국가적 지원 조속히 이뤄져야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이 담긴 국가첨단전략산업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이른바 ‘K-칩스법’이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단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지방 균형발전 저해에 대한 우려와 세액공제 확대에 재정당국이 반대할 수 있어 연내 정기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해당 법안은 국가 전략산업 특화 단지를 선정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인허가 신속처리 기한을 현행 30일에서 15일로 단축하는 게 골자다. 인력 양성을 위해 산업 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를 추가하고,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 세액공제율은 6~16%이지만, 법안이 처리될 경우 대기업은 20%·중견기업은 25%·중소기업은 30%로 확대된다.

K-칩스법은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돼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했다. 국회 산업특허소위에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인데, 빠르게 처리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는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될 수 있다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탓이다. 기획재정부도 세수 감소 측면에서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균형발전과 안정적인 세금 관리는 모두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이같은 요인으로 K-칩스법을 외면하기엔 각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주요국은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의회는 지난달 반도체 시설 건립과 연구개발(R&D) 지원에 총 520억달러(약 72조4000억원)를 투자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법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도 반도체 산업 지원에 430억유로(59조7000억원)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미국은 노골적인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워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중국의 추격도 맹렬하다. 낸드플래시 부문은 국내 기업과의 기술 격차와 상당히 좁혀졌단 평가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 국가 산업이다. 반도체를 둘러싼 세계 주요국의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뒷받침에 나서지 않는다면 10년 뒤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K-칩스법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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