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제조시 폐기물 소각 연료 사용···유해성 논란에 등급제 등 필요성 제기
국회도 관련 법안 상임위 논의 본격화···업계 “제조방식 문제 없어, 생산 차질”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시멘트를 만들 때 폐기물을 소각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두고 유해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최근 국회 내에선 시멘트 등급제와 성분표시제 등 대응책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시멘트 업계는 시대착오인 방안이며 도입시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폐기물 소각 시멘트가 유해한지 여부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의 시멘트는 제조할 때 석회석과 폐타이어와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 폐기물을 소성로에 함께 넣고 2000도가 넘는 고열에 태운 후 남은 소각재를 시멘트 재료로 함께 사용하고 있다. 

시멘트 제조시 폐기물을 부원료로 사용하면서 새집증후군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단 주장이 제기된다. 국회도 시멘트 내 유해성에 주목, 시멘트 등급제와 성분표시제, 발암물질 측정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회, 시멘트 등급제·성분표시제 본격 논의···“업체 협의로 6가 크롬 기준 결정 문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시멘트의 유해성 기준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고 주택용과 산업용 등 등급별 사용 용도를 제한하도록 하는 시멘트 등급제를 도입하고, 시멘트 제조에 사용된 폐기물 정보를 공개토록 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달 하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돼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시멘트 내 1급 발암물질인 6가 크롬 문제도 관심사다. 올해 초 국립환경과학원이 삼표, 쌍용, 한라 등 국내 주요 시멘트 3개사 제품의 6가 크롬 함유량을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제품 모두 유럽연합 법적 기준을 최대 4.5배까지 초가 검출됐다. 이에 이달초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시멘트 제품에 포함된 6가 크롬 측정방식의 산업표준을 개정하는 신청서가 접수됐다. 6가 크롬 측정을 유럽 법적 기준 측정방식으로 강화하겠단 취지의 내용이다.  

노 의원실 관계자는 “시멘트 등급제와 성분표시제, 6가 크롬의 법적 기준마련을 병행해서 추진하고 있다”며 “등급제는 준비할 사항이 다소 많은 반면, 6가 크롬 문제는 상대적으로 건드릴 항목이 많지 않다. 사안들 모두 매우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탄소중립, 이산화탄소 배출에만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부분은 약간 뒷전에 밀려나는 느낌이 있다”며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폐기물을 더 많이 쓴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질소산화물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질소산화물이 초미세먼지로 변환되면서 사람들의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석회석과 폐기물을 함께 태워 만드는 시멘트가 인체에 유해한지를 놓고 상반된 주장이 제기된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인체에 해롭단 우려를 내놓지만 시멘트 업계에선 제조시 엄청난 고열에 의해 유해 물질이 사라진다고 반박한다. 최근엔 유해성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법정다툼이 벌어지는 등 의견차가 첨예한 상황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지금 시멘트를 만들면서 상당히 많은 양의 폐기물이 들어가면서 시멘트 자체에 중금속 등 발암물질, 인체 유해물질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주거용은 2~3년 지나면 시멘트 분진이 날리는데 인체에 유해할 수 밖에 없다. 폐기물 투입 종류, 양 등 기준을 정해 인체 유해한 폐기물이 안들어간 시멘트는 주거용으로 하고 폐기물이 많이 들어가고 인체 유해 성분이 있는 시멘트는 교량, 도로, 댐 등을 만드는 등급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6가 크롬 측정 기준에 허점이 있단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유럽은 법적으로 허용 기준을 정해놓았는데 우리나라는 유해물질 허용 기준을 업체 협의에 의해 자율 조정하도록 했다”며 “업체들이 기준을 상당히 관대하게 해놔도 법적 제재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시멘트 제조 공장 주변 지역 주민들이 호흡기 질환, 암 등에 걸려 고통받는게 이슈가 되고 있는데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대기오염 물질 배출 기준이 너무 허술하다”며 “소각시설은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이 50ppm인데 시멘트 공장은 270ppm이다.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산방식 문제 없어, 등급제 도입시 생산 차질 불 보듯”···시멘트 업계 강력 반발

시멘트 업계는 현재 시멘트 제조방식에 문제가 없으며 시멘트 등급제나 성분표시제가 현실에 맞지 않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관련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단 우려도 내놓는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1980년대에서부터 천연연료를 대체해 사용해왔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후반부터 정부 요청에 따라 폐타이어를 시작으로 가연성 석유류 제품으로 대체해 재활용하고 있다”며 “시멘트 제품 품질에 있어서는 중금속 기준 등 KS 기준에 만족하는 선에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등급제는 전 세계 어떤 국가도 도입하지 않은 제도로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제도란 비판이다. 이 관계자는 “선진 설비를 가진 국가들은 다 순환자원화해 재활용하고 있다. 성분표시제, 등급제를 하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천연 원료만 사용하란 얘기다”며 “그러면 새롭게 자연 광산 개발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 산림훼손을 막으려는 정부당국 규제와 민원 등으로 추가 광산 개발 자체가 어렵다. 등급제를 하면 생산 차질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 일각에서 마치 쓰레기만 태워 시멘트를 만든다는 주장은 프레임 씌우기란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시멘트는 순환자원을 재활용하든, 천연 원료로 만들든 관계없이 천연 원료인 석회석이 90% 이상 들어가야 한다. 10% 이내의 철광석, 점토, 규석에 연료인 유연탄을 대체하는 문제”라며 “연료인 유연탄은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폐비닐로, 부원료인 점토, 규석, 철광석을 철질, 석탄재 등으로 각각 대체 사용하는데 결과적으로 시멘트 제품의 품질이나 성분엔 전혀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천연원료 만으로 시멘트를 만들라고 하면 공급 부족으로 해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데 수입하는 중국, 일본, 유럽산 시멘트 모두 등급제를 주장하는 쪽에서 얘기하는 쓰레기 시멘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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