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美 현지 법인 및 현지 생산기지 운영···노바백스 백신 국내 생산하지만 미국 아닌 유럽시장에 공급 중
제약사들 입장에서도 생산처 다양화 필요···미국 中견제 차원 큰 만큼 韓기업들 기회 될 수 있어
구체적 시행령에 따라 상황 악화될 가능성 충분···미국 정부 조치 대비해 대응방안 모색해야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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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배터리에 이어 바이오 부문도 미국에서 생산하는 기업에 혜택을 줄 것으로 보여 국내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바이오산업을 미래먹거리로 키워오던 삼성과 SK 영향에 관심이 쏠리는데 자동차, 배터리 부문 등과 달리 현재로선 당장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게 업계 공통된 전망이다.

다만 향후 구체적 정책 내용에 따라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지투자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전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쉽게 말해 바이오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고 투자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겠다는 것으로 앞서 발표한 인플레이션방지법(IRA) 및 반도체법과 맥락이 비슷하다. 연이어 공개되는 미국의 자국산업보호법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큰데, 공교롭게도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거나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번 바이오 관련 행정명령과 관련해선 무엇보다 삼성과 SK에 대한 영향이 주목된다. 삼성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의약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팜테코 등의 계열사가 있는데 각각 받을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정확한 방침이 나오지 않았지만, 당장 큰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미국 노바백스 백신을 받아 생산하지만 해당 물량은 미국에 수출되는 것이 아니라, 유럽이나 그 외 국가로 공급된다. 공급처는 미국이 아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최악의 시행령’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은 영향이 적다. 

의약품 위탁생산기업 SK팜테코의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고 현지시설이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우려가 적은 상황이다. 애초에 미국현지에 회사를 설립한 최태원 SK회장의 판단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당시 미국 하원 외교위 아태지역 소위원장 아미 베라 민주당 의원을 만나 “미국에 본사를 둔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기업 SK팜테코 등을 통해 미국과 바이오 사업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바이오팜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발표 내용만으로는 심각한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미국 뉴저지에 있는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현지 판매 및 영업을 진행하고 있어 미국시장 내 기초가 탄탄한 편”이라면서 “구체적 정책 내용을 보며 시간을 갖고 미국 현지 투자 등을 어떻게 할지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 업계, 美시장에서의 M&A도 주요 옵션으로 꼽아

의약품 생산시설을 짓는데 시간이 많이 들어가고 제약사들 입장에서도 생산지를 다양하게 해야 하는 유인이 있는 만큼,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으로선 오히려 국내 바이오 회사들을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국내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는 생산차질이 빚어지면 안 되고 다양한 국가로 나가기 때문에 복수의 생산처를 운영한다”며 “미국 입장에선 중국 견제 차원에서 동맹국인 한국의 기업들을 활용하려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세계 바이오 수급상황이 타이트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국내 기업들이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바이오 공장을 짓고 가동할 수 있는 곳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꼽히는데, 가장 빨리 생산에 나선다고 해도 최소 4년 이상은 걸린다고 한다.

추정화 대한상공회의소 구미통상실장은 “미국의 이번 조치는 반도체, 배터리에서 바이오까지 공급망 안정화를 이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며 “우리 기업들로선 공급 안정망에 들어갈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어떻게 손해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할지에 대해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바이오 부문은 당장의 피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지만, 업계는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오지 않은 만큼 미국의 행보를 주시하고 현지 투자를 늘려가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삼성과 SK모두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고 현지 고객사들도 적지 않다.

바이오 업계 인사는 “앞으로 바이든 정부 조치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국내 기업들의 미국 현지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현지법인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복권 후 빅딜 가능성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SK는 이미 바이오 부문에서 성공적인 M&A 경험을 갖고 있고 바이오 대규모 투자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법인 인수합병은 가장 빠르고 쉬운 현지 투자”라며 “미국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옵션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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