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8월 글로벌 선박 물량 899척, 경기침체에 수요 감소
국내 조선소, 40년 축적한 LNG선 경험치로 물량 싹쓸이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 사진=현대중공업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글로벌 조선 물량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 감소로 크게 줄어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국내 조선소들은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가보다 한발 앞선 기술력으로 쪼그라든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수주실적을 기록 중이다. 대부분의 조선사들은 이미 올해초 세웠던 수주 목표치 달성을 눈앞에 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글로벌 신규 선박 발주 물량은 총 899척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95척과 비교해 39.9% 줄었다. CGT 기준으로는 LNG선 등 대형 고가 선박의 발주 비율 상승으로 29.9% 줄었다. 선박 건조 비용 상승에 힘입어 금액 기준으로는 748억3000만달러(약 103조원)로 12.9% 감소했다.

선종별 발주 물량을 보면 대형 LNG선만 지난해 38척에서 올해 107척으로 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유럽 등에서 LNG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선박의 발주량도 늘어난 것이다. 반면 컨테이너선(-69.2%)과 탱커선(-77.6%), 벌크선(-80.3%) 등의 물량은 크게 줄었다.

글로벌 선사의 발주 물량은 줄었지만,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상황은 어느 때보다 좋다. 지난해 1~8월 우리 업계의 시장 점유율은 34.6%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43.1%로 늘었다. 경쟁 국가인 중국의 경우 48.4%에서 44.6%로, 일본은 12.1%에서 7.0%로 줄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들의 시장 점유율 상승은 LNG선 대량 수주에 기인한다”며 “우리 조선사는 올해 8월까지 발주된 174k㎥ 이상 대형 LNG선 107척 중 85척의 일감을 따냈다”고 설명했다.

LNG는 상온에서 기체 형태를 띄고 있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 액화 상태로 운반하는 만큼 LNG를 담는 화물창의 크기가 중요하다. 국내 조선사가 건조하는 LNG선은 배의 선체와 화물창을 일체화하는 ‘멤브레인 방식’이 활용된다.

이 방식은 모스(저장탱크)보다 적재 공간이 40% 정도 넓고 안정성이 높다. 일본 기업은 모스 방식으로 건조한다. 글로벌 선사 입장에선 더 많은 LNG를 운반할 수 있는 국내 조선소 선박을 선호하는 추세다.

LNG선 발주 물량을 쓸어 담으면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올해 1~8월 연간 수주 목표액 351억4000만달러(약 49조원)의 90% 이상을 달성했다. 올해초 발표한 수주 목표치의 초과 달성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환경 규제로 LNG선 수요는 현재보다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 조선사가 처음 건조한 LNG선 ‘유토피아’를 시작으로 40년가량 관련 건조 경험이 축적돼 있다. 다른 경쟁국이 우리 기술력을 따라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려, LNG선 발주 싹쓸이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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