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본격 미국 LA공장 가동···2025년까지 연매출 1000억원 목표
CJ제일제당과 김치·K-소스·김 품목 겹쳐···양사 美서 경쟁 불가피

대상홀딩스 요약 지배구조. / 자료=대상, 표=김은실 디자이너
대상홀딩스 요약 지배구조. / 자료=대상, 표=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대상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의하면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부터 CI 변경, 본사 이전, 핵심 연구시설 준공 등 변화에 나선 것의 연장선이다. 임세령 부회장을 필두로 대상은 미국 식품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비고를 내세워 미국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CJ제일제당과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과 임상민 전무를 중심으로 대상그룹 오너 3세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대상그룹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대상그룹은 지난해부터 기업이미지를 변경하고 본사 사옥 이전을 완료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장녀인 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대상그룹 지주회사 대상홀딩스와 대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대상홀딩스 전략담당과 대상 마케팅담당 중역 보직을 동시에 맡고 있는 셈이다.

대상은 국내 최초 국산 조미료 미원을 시작으로 한 종합식품회사다. 1956년 임대홍 창업회장이 세운 동아화성공업으로 시작한 대상그룹은 1987년 임창욱 회장이 자리를 물려받으며 2세 경영을 시작했고, 지난해 임 부회장과 임 전무가 주요 사업을 주도하며 본격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특히 임 부회장과 임 전무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사업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대상은 임 부회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대상은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에 대규모 김치공장을 가동했다. 대상은 LA공장을 통해 미국을 종가집 김치 세계화 전초기지로 삼고 유럽과 캐나다, 오세아니아 등 서구권 지역까지 현지화 된 김치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종가집 김치는 현재 미주와 유럽, 오세아니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대상은 LA공장을 통해 2025년까지 공장에서만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LA공장에서는 대상 종가집 김치와 고추장·쌈장 등 K-소스, 김 등을 생산할 방침이다.

대상과 CJ제일제당 미국 식품 매출 비교. / 자료=각 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대상과 CJ제일제당 미국 식품 매출 비교. / 자료=각 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처럼 대상이 미주 시장에 공을 들이는 데는 국내보다 해외 매출 성장 흐름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상 매출은 3조4700억원, 영업이익은 1532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국내와 해외 매출은 각각 2조3019억원, 1조1681억원이었다. 특히 대상의 미국 식품 매출은 지난해 1189억원으로 전년(974억원) 대비 18%가량 올랐다.

유통업계에서는 임 부회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임 부회장과 임 전무는 그간 대상의 신규 사업, 인수합병 등을 추진해왔다. 이로써 해외 시장은 곧 그룹 3세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대상은 미국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의 벽을 넘어야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7대 글로벌 전략제품’인 만두·즉석밥·치킨·김치·K-소스·김·롤(roll)을 앞세워 미국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 중 김치, K-소스, 김은 대상과도 겹치는 상품군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 요리 전문매체 테이스팅 테이블이 선정한 김치 브랜드 랭킹에 대상의 종가집 김치는 2위,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는 7위로 김치 분야에서는 대상이 앞서고 있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대상 종가집 김치는 전체 김치 수출 물량의 42%를 차지하고 있고 농협, 풀무원, CJ제일제당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직 CJ제일제당은 미국 전체 매출 가운데 66%가량이 만두라는 점에서 다른 상품군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CJ제일제당의 경우 비비고라는 브랜드로 이미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고, 만두를 필두로 매년 3조원대 미국 식품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단순 김치로만 보면 대상이 미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미국 식품에서는 CJ제일제당이 앞서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김치 수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미국 진출한지도 오래됐다”며 “미국 전역을 커버하며 월마트, 코스트코에 입점하는 등 대상 김치 수요가 늘고 있어 K-소스, 김 등과 만두, 떡볶이 등 간편식까지 상품군을 다양하게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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