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이익우선주의 확산에 패권주의 강해지며 합병 무산 사례 속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역시 장담 못하지만 반도체 부문보다는 성사 가능성 높게 점쳐저

대한항공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대형 인수합병(M&A), 이른바 ‘빅딜’ 발표는 곧 그 자체가 대박을 의미할 정도로 큰 파급력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과거와 많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국 이익우선주의가 강해지며 글로벌 인수합병이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 됐다는 것이다.

실례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 시도가 올해 초 무산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두 회사 합병을 반대한 탓이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운반선 부문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가 독점이 일어나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국 산업에 위기가 될 수 있는 합병은 철저히 반대하는 세태를 보여준다.

국가 보안 및 이익과 연결되는 반도체 분야에선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중국계 사모펀드가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하려다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고, 대만 웨이퍼 제조업체 글로벌웨이퍼스는 독일의 실트로닉을 인수하려 했으나 독일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ARM 인수도 결국 발표 이상의 의미를 만들지 못하고 없던 일이 됐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미중 패권전쟁 속에 단순 산업의 의미를 넘어 안보와 직결되는 이슈로 여겨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칠만한 인수합병은 각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과거 이 과정에서 고베를 마신 사례들이 있지만 최근 몇 년 새 이 같은 심사가 더욱 깐깐해졌다는 평가다. 한 재계 인사는 “과거 합병심사는 심각한 독과점 문제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면 된다고 봤으나, 최근엔 여러 복잡한 사정이 다 반영돼 심사가 이뤄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호주는 두 회사의 결합과 관련해 승인 결론을 내렸다. 두 회사 결합과 무관하게 자국 기업들과 효과적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승인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임의신고국가인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또 다른 임의신고국가인 영국과 필수신고국가인 미국, EU, 중국, 일본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갈 길이 멀다.

늦어지는 것으로 볼 때 과정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패권전쟁이 벌어지는 반도체 부문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가 컸던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합병 건보다는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글로벌 톱10’ 항공사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아베리칸항공, 델타, 중국남방항공 등 이미 합병 대한항공보다 큰 초대형 항공사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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