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 선물 가격 한 달 만에 22% 급등
전력 가격 상승에 공급 축소 이슈 지속 영향
아연 ETN·제련주 수혜···리스크 있어 투자 유의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아연 가격이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럽 내 아연 제련소가 에너지와 물류비 등 상승 탓에 연이어 공급을 축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공급 부족에 올 들어 가파르게 상승한 천연가스처럼 아연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일부 나오면서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공급 축소 이슈에 아연 가격 재차 상승세

18일(이하 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아연 선물가격은 톤(t)당 350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6일 3798달러 대비 감소한 수치지만 한 달여 전인 지난달 15일 2858달러 대비로는 22% 급등한 금액이다. 아연 가격은 지난 4월 4460달러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다 최근 들어 다시금 반등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아연 가격이 이처럼 재차 상승 흐름을 보이는 배경에는 공급 측면의 우려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아연 가격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족 이슈가 불거지면서 가격이 하향세를 보였었다. 그러다 유럽 내 아연 제련소가 연이어 공급을 축소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되레 공급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발생한 것이다. 

실제 유럽 최대 아연 제련 기업인 니르스타(Nyrstar)는 내달 1일부터 네덜란드 소재 부델(Budel) 공장을 외부 요인에 대한 대응으로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유지 관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실상 공장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으로 니르스타는 앞선 지난해 10월부터 유럽 내 3개 제련소의 생산량을 절반까지 줄인 바 있다.

유럽에서 아연 생산을 줄인 제련소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아연 채굴 및 중개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스위스 광산기업인 글렌코어는 올 들어서 지속적으로 아연 생산을 줄이고 있었는데, 지난 2분기 아연 생산량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아연 생산 감축은 각종 부대 비용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유럽 내 전력난으로 인해 높아진 에너지 가격이 아연의 채산성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지목된다. 스티븐 칼민 글렌코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높아진 에너지 가격 탓에 “현재로서는 간신히 수익을 내고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급 감소 지속에 재고까지 줄고 있다는 점도 아연 가격의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아연의 LME재고량은 7만4950톤으로 올해 초 19만9325톤에서 절반 넘게 줄어든 상황이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최저치다. LME재고량은 지난해 4월만 하더라도 30만톤에 육박했었다. 

◇ ‘공급 축소 이슈 지속’ vs ‘경기 사이클 봐야’ 전망 갈려

유럽 내 전력 가격의 하락이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아연 공급 이슈가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은 현재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로 에너지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유럽 천연가스는 올해 초 대비 세 배 넘게 올랐고 이 여파에 미국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겨울이 다가올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에너지 특성상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전력 가격 하향 안정화 전까지는 유럽 제련소들의 생산 재개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보여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중에서도 비철금속 최대 수요국인 중국이 경기 부양책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아연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대조적으로 아연 가격의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공급 차질보다는 펀더멘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내 원전 가동률이 정상화되면서 에너지 가격의 상승 속도가 둔화될 수 있는 데다 수요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단기간의 공급 차질보다는 경기 사이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수혜주에 투자자 관심···리스크 있어 투자 유의해야 목소리도

아연 가격이 급등하면서 아연 투자법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아연에 투자할 수 있는 ETN(상장지수증권)이 있는데 ‘대신 2X 아연선물 ETN(H)’이 있다. 이 ETN은 LME에서 거래되는 아연선물의 가격이 상승할 때 일간 상승률의 2배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레버리지 상품으로 아연 가격 하락 시에는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 만일 가격 하락에 투자한다면 ‘대신 인버스 아연선물 ETN(H)’이 있다.

아연 가격 상승 수혜주로는 고려아연이 꼽힌다. 고려아연은 국내 최대 아연 제련업체로 아연 가격이 오를수록 광산업체에서 받는 제련 수수료(TC)가 상승해 이익이 증가한다. 고려아연은 아연 가격이 소폭 하락했던 지난 2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9.7% 증가한 38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일화학과 한창산업 등도 아연 가격 수혜주로 꼽힌다. 한일화학은 국내 산화아연 시장 점유율 상위권 회사로 주요 제품은 분말 형태 산화아연인 ‘아연화(Zinc Oxide)’다. 한창산업의 경우 아연말, 인산아연 등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이다. 아연 가격이 제품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 시장에서는 분류하고 있다.

다만 아연 가격의 변동성이 높은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최근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으로 아연 가격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하락할 리스크도 존재한다. 상승을 염두에 두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며 “관련 테마주 역시 실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단순한 기대감만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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