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OLED도 맹추격···정부 지원 없이 산업 육성 난망
디스플레이,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에 포함돼야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K-디스플레이 2022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는 급성장한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컸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경우 국내 기업과 기술 격차가 2~3년 이상 벌어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였지만, 중국 추격세는 매우 빠른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매출 기준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에서 41.5%를 기록, 한국(33.2%)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1위 자리를 내준 건 지난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중국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 BOE는 생산력 측면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이미 뛰어넘었고, 지난해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도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이제는 국내 기업이 앞서가고 있는 OLED 부문에서도 호시탐탐 역전을 노리고 있다.

한 학계 인사는 BOE의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발표를 들은 뒤 “기술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LCD처럼 OLED도 선두 자리를 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책은 진전이 없다. 반도체는 기반시설 조성과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이른바 ‘반도체특별법’을 비롯해 세제혜택 확대와 인력양성 방안까지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는 반면 디스플레이는 진척이 없어 업계에는 ‘홀대론’도 제기된다. 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 핵심 산업 중 하나로 지난해 기준 국내 생산액은 67조원, 수출 규모는 28조원에 달한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 개막행사 축사를 통해 “정부는 디스플레이산업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강국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국내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디스플레이가 포함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토에 그쳐서는 안 된다. 투자 활성화가 이뤄지고, 디스플레이 생태계 확장이 가능하도록 산업 전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면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의 체계적인 산업 육성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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