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순이익 4408억원···전년 대비 9.7% 증가
부동상PF 앞세운 IB 부문 수익이 실적 선방 주역
투자의견 상향 보고서 다수 나와···증권업종 투심 회복 이르단 평가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메리츠증권이 업황 부진 속에서도 실적 선방에 성공한 가운데 주가 역시 반등세를 보일 지 주목된다. 메리츠증권 주가는 지난 2분기에 접어들면서 큰 폭으로 내린 바 있는데, 증권사들은 이번 실적과 올해 하반기 업황 회복을 들어 과도한 주가 하락으로 평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증권업종에 대한 전체적인 투심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주가 상승의 제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 메리츠증권, 증권업황 부진 속 상반기 최대 실적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2분기 158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7% 줄어든 수치지만 증권업황이 극도로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실적으로 평가된다. 실제 경쟁 증권사의 경우 많게는 전년 동기 대비 90% 가까이 순이익이 감소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하면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쓰게 됐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440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9.7%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56% 증가한 4020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메리츠증권의 이 같은 실적 배경에는 IB(투자은행) 중심의 사업구조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츠증권은 다른 대형사와는 달리 수익에서 차지하는 리테일 비중이 작다. 대신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을 앞세운 IB 비중이 크다. 증시 부진에 리테일 수익 급감이 나타난 다른 증권사와는 다른 양상의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유안타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메리츠증권의 실적에 대해 “증시 부진과 금리 환경 부진으로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이 크게 악화됐지만 IB 수수료 수익이 기대를 상회했다”라고 분석했다. BNK투자증권은 “IB관련 계약이 증가하면서 기업금융수수료는 분기 최대 실적을 실현했고 인수주선 수수료도 양호한 성과가 나와 수수료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라고 평했다. 

◇ 실적 호조에 주가 반등 이끌까···투자의견 ‘매수’ 상향 보고서 눈길

메리츠증권이 증권주 중에서 양호한 성과를 내면서 향후 주가 추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4월 14일 장중 701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 15일 4130원까지 40% 넘게 하락했다. 이후 증시 반등과 함께 소폭 상승하면서 전날 기준 4875원을 기록한 상태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증권가에선 메리츠증권의 실적 순항을 토대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하반기 들어 금리가 하락하고 있고 증시도 회복하고 있기 때문에 3분기부터는 운용 성과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최근 주가 급락은 과도한 면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메리츠증권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HOLD’(중립)에서 ‘BUY’(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BNK투자증권 역시 메리츠증권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보유’에서 ‘매수’로 높였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증권주 내 가장 양호한 실적을 예상한다”며 “수탁수수료 비중이 크지 않고 특히 부동산PF의 보수적 추정에도 IB부문의 경쟁력이 높다. 더불어 3400억원의 자사주 매입 이후 지난 6월 998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반대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높은 부동산PF 비중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비중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메리츠증권으로 125%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과 원자재 및 공사비 증가 등 부동산금융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메리츠증권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과도한 우려라는 분석도 있다. 정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은 자본 대비 부동산PF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타사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지방 부동산 미분양이 증가하고 일부 PF에서 부실이 발생한다고 해서 익스포저가 전부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자산건전성 지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 증권사 자산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의 경우 메리츠증권은 2분기 말 1503%로 전체 증권사 평균(1분기 기준 709%)보다 2배 이상 높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업황 악화에도 좋은 실적을 내는 증권주들이 일부 있지만 증시에서 차별화되는 모습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이는 여전히 증권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지 못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것에 많은 투자자들이 동의하기 시작한다면 호실적을 낸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세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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