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준공 베트남 점안제 공장, CMO 추진···‘루센티스’ 시밀러 ‘아멜리부’ 유통 예정
‘레바미피드’ 성분 개량신약, 약가작업 진행···CNS 3품목 하반기 매출 증대 전망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이사 회장. / 사진=삼일제약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이사 회장. / 사진=삼일제약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삼일제약 오너 3세 허승범 대표와 허준범 상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형제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올 상반기 증가한 경영실적을 기록한 허씨 형제가 하반기에도 추세를 이어 연매출 2000억원과 영업이익 100억원을 달성할지 주목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이사 회장은 고(故) 허용 명예회장 손자이자 허강 명예회장 장남이다. 1981년생인 그는 미국 트리니티 대학을 졸업한 후 지난 2005년 삼일제약 마케팅부에 입사, 기획조정실장과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 사장, 부회장을 거쳐 올해 회장에 취임했다. 허 명예회장 차남이자 허 회장 동생인 허준범 상무는 1985년생으로 벤틀리 대학에서 공부한 후 지난 2009년 회사에 입사했다. 삼일제약 신규사업팀장과 삼일HnT 대표를 거쳐 지난 2018년부터 CHC사업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정기주주총최에서 허 상무는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돼 사실상 형제경영이 시작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한다.  

허 상무 경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삼일HnT 외에도 제이앤에스큐인터내셔널과 주느세콰인터내셔널 대표를 역임하며 패션사업을 벌였던 점이다. 도산공원 수입 명품 편집매장 ‘주느세콰’를 운영하며 국내에 몽골 캐시미어를 소개했고 이를 계기로 몽골 캐시미어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CHC사업본부 규모와 매출 등을 기준으로 허 상무를 과소평가하기도 하지만 과거 신규사업팀장과 패션사업 경험 등을 토대로 신사업 등 삼일제약 미래성장동력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삼일제약 잠정실적 공시에 따르면 개별재무제표 기준, 올 2분기 매출은 450억원, 영업이익은 27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 대비 32.8%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1046.8% 증가했다. 올 1분기 대비 매출은 1.8%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7.0% 늘었다. 상반기 누적 실적은 매출 907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이다. 전년대비 각각 37.5%, 175.6%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경영실적 성장과 관련, 삼일제약은 전문의약품 ‘포리부틴’, ‘리박트과립’의 안정적 성장과 안과사업부, CNS(중추신경계)사업부 및 위수탁사업부의 고른 성장이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올 초 보건당국 재택치료 방침에 따라 삼일제약 어린이해열제 ‘어린이부루펜시럽’ 판매량도 급증했다. 실제 상반기 39억원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28억원으로 집계됐다. 즉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전체 매출을 넘어선 셈이다. 안과사업부의 녹내장 치료제 ‘모노프로스트 점안액’과 ‘듀얼콥 점안액’ 매출 호조도 원인으로 꼽힌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어 올 하반기에는 삼일제약에 적지 않은 매출 변수가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올해 매출 2000억원과 영업이익 100억원 달성 가능성을 전망하는데 복수의 매출 변수가 경영실적을 결정할 전망이다. 하반기 최대 변수는 삼일제약이 지난 2019년부터 준비, 오는 9월 준공 예정인 베트남  점안제 생산공장이다. 준공 후 해외 규제기관 품질 실사와 공정 검정 과정을 거쳐 본격 가동할 전망이다. 베트남 호치민시에 들어서는 삼일제약 공장은 2만5008.5㎡ 부지에 축구장 3배 규모의 점안제 자동화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점안제 생산시설로는 국내 제약업계 최초 해외 공장이다. 회사에 따르면 현지 인건비는 국내 대비 25% 수준으로 생산 원가에 있어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일제약은 베트남 공장을 활용, 의약품 CMO(위탁생산) 사업도 본격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회사가 상반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제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아멜리부’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한 것도 주목을 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루센티스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4조4000억원에 달하며 국내는 340억원규모”라며 “삼일제약은 아멜리부 독점 판매로 연매출 100억원 가량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멜리부 판매 시기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당국에 약가 신청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삼일제약이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품목허가를 획득한 ‘레바미피드’ 성분의 안구건조증 개량신약 ‘레바케이 점안액’ 출시 시기도 관심이 집중된다. 레바미피드는 위·장 점막과 구강, 결막 등 점막에서 분비되는 뮤신 분비를 촉진해 점막을 보호한다. 레바미피드를 점안제로 사용하면 안구의 뮤신 분비가 증가하고 각막·결막 상피 장애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현재는 당국과 약가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는 주로 ‘히알루론산’이나 ‘디쿠아포솔’ 성분 점안제가 안구건조증에 처방됐다”며 “레바케이 점안액은 안구건조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삼일제약이 지난해 12월 비아트리스코리아와 체결한 연간 130억원대 매출 규모의 우울증 치료제 ‘졸로푸트’, 불안증 치료제 ‘자낙스’, 조현병 치료제 ‘젤독스’ 등 3개 품목도 하반기 매출 변수로 분석된다.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는 회사가 더 안정적으로 영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통상 도입품목의 경우 판권을 인수한 직후에는 직전 공급업체 재고물량이 시장에 남아있는 등 불리한 요소가 있어 당장 매출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품목별 차이는 있지만 자리 잡으려면 수개월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결국 삼일제약 경영진은 베트남 점안제 생산공장과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안구건조증 개량신약, CNS 3개 품목 등 하반기 매출변수를 적절하게 운영하는 것이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는 첩경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과영역에 특화 전략을 구사하는 삼일제약이 올해 점안제 매출에서 적지 않은 성장을 할 전망”이라며 “그동안 회사가 준비했던 사업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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