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판매·운영 통해 자사 플랫폼으로 고객 유인 전략
인천시, 2조원 규모 인천지역화폐 사업자 선정 절차 착수
사업자 선정 시 신규 고객 확보와 취급액 창출 효과 발생
업계 "시금고 연계돼 있는 신한카드 유력하지만 인천 내 하나카드 성장 간과할 순 없어"

인천지역화폐 '인천e음' 카드 / 사진=인천시 제공
인천지역화폐 '인천e음' 카드 / 사진=인천시 제공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9조원이 넘는 누적 결제액을 기록 중인 인천e음(인천지역화폐) 사업자 선정을 놓고 주요 카드사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지역화폐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이 판매와 운영을 담당하며 자사 플랫폼으로 고객을 유인하려는 전략이다. 신한카드와 하나카드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면서 유치 과정에서 누가 두각을 나타낼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NH농협카드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시는 2조원 규모의 인천지역화폐 사업자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해 11월 인천이음 운영 대행사 선정을 위한 정보 제공 요청서(RFI) 공고를 냈다. 당시 RFI를 제출한 곳은 신한카드·하나카드·NH농협은행·KT·나이스정보통신·비즈플레이·코나아이 등 7곳이다.

인천e음은 인천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천시에서 발행하는 카드형 지역화폐이다. 연간 결제 규모만 4조원대에 달한다. 첫 출시된 지난 2018년부터 코나아이가 운영대행을 맡고 있지만 회계정산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운영 구조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올해 인천e음 발행액은 2조3763억원으로 지난해(3조5805억원) 대비 감소했지만 전국 최대 규모의 지역화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인천은 전체 규모 대비 지역화폐 활성화가 매우 잘돼 있는 지역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인천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경기 지역화폐의 발행액(2조8137억원)이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천지역화폐 사업자로 선정되면 신규 고객 확보는 물론 취급액 창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신용·체크카드 발급 유도도 가능하다. 아울러 지역화폐 이용자 데이터 확보까지 할 수 있어 향후 고객관리, 마케팅, 사업 확장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시너지 창출이 예상된다.

가장 부각되고 있는 사업자 후보는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서울페이 사업자 경험을 강조하면서 선정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신한컨소시엄(신한카드, 신한은행, 카카오페이, 티머니) 구성원 중 하나인 신한카드는 현재 서울 지역화폐 플랫폼 '서울페이플러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행정혁신 플랫폼 개발·운영, 상품권 판매 대행, 가맹점 모집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신한은행이 지난 16년 동안 인천시금고를 관리하는 등 인천시와 그룹사 간 밀접한 관계도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부산시를 비롯해 대구, 광주 등이 지역 기반 은행에 지역화폐 운영대행 업무를 맡기고 있다.

하지만 담당 지역이 많은 만큼 잡음도 존재한다. 최근 신한카드는 서울지역화폐 판매대행권을 운영한 뒤 접속 지연이나 상품권 결제 오류 등의 시스템 문제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최초 서울시가 구매·결제오류 개선, 신기술 적용, 장애인 편의성 제고 등 주요 평가요소로 거론했던 점을 고려하면 신한컨소시엄이 안정적인 운영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신한카드가 앱을 출시한 이후 상품권 구매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가맹점 피해가 속출하는 등 시스템 관련 오류는 오히려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하나카드는 하나금융그룹이 인천 지역에서 거점 조성 사업을 진행한 것을 장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주요 계열사와 시설들을 한데 모으는 '하나드림타운'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가 준공돼 금융 정보기술(IT) 인력 1800명이 입주했고 2019년 5월 하나글로벌캠퍼스(인재개발원)이 완공됐다. 지난 2월부터는 청라 그룹헤드쿼터를 짓고 있다. 그룹헤드쿼터는 지하 7층, 지상 15층 규모로 오는 2025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하나생명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6개 관계사가 입주한다. 

기존 하나드림타운 조성 사업은 1단계 통합데이터센터 구축과 2단계 하나글로벌캠퍼스 설립까지 계획했지만 하나금융그룹이 하나은행의 인천 서구 구금고 유치를 위해 하나금융그룹 본사 이전을 약속하면서 계획이 3단계로 연장됐다. 본사 이전이 최종 완료된다면 최소 6000명에 달하는 임직원과 연수 및 이동인구까지 포함하면 연인원 1만5000여명이 인근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NH농협카드도 지난 2020년 27종, 지난해 45종, 올해 6종의 지역화폐 체크카드 운용 경험 등을 핵심 강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인 코나아이에 맞서 현재까지는 인천 시금고와 연계돼 있는 신한카드가 유력하다"며 "다만 인천지역 내에서는 하나카드의 성장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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