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법 두고 충돌 예상
ICT 현안 또 ‘뒷전’ 우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가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 사진 =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가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54일만에 후반기 국회가 시작됐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작부터 ‘반쪽짜리’란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상임위 회의에 연일 불참하면서 상임위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여당이 회의에 참석하더라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처리 등을 두고 양당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ICT 현안에 대한 논의 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 과방위는 지난 29일 제2차 전체회의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은 후반기 국회 원구성 이후 두번째 열린 전체회의였지만 국민의힘 의원 8명이 전원 불참했다. 정청래 과방위 위원장이 여야 합의 없이 회의를 강행했다며 과방위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야 과방위 간사를 선임하기 위해 지난 27일 진행한 제1차 전체회의에도 불참했다. 그 결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박완주 무소속 의원만 참석해 조승래 민주당 간사 선임안만 의결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 불참을 거듭하는 것을 두고 정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유감을 표했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가 늦게 출범한 만큼 빠르게 정부 추진사항을 파악하고 일해야 하는데, 국정운영을 함께 책임져야 할 여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과방위 현안이 산적해 있다. 5G 중간요금제 도입, 일본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 방통위 위원장 사퇴 종용 등 과방위가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과제들이다. 유독 우리 과방위만 여당이 불참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도 “국민의힘 측에서 오늘도 불참했는데, 상당히 유감스럽다. 위원장으로서 여러 안건이나 회의 일정 등은 양당 간사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운영하겠다. 그러나 국민의힘 간사가 선임이 안 됐기 때문에 위원장으로서 조승래 민주당 간사와 협의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법에 따르면 간사 간 합의가 아닌 협의를 하게 돼 있다. 협의를 충분히 하되 잘 안되면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개의, 안건 상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방위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는데, 다른 장소에서 본인들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회의원은 상임위, 본회의 활동에 충실해야 한다”며 “21대 국회에 들어와서 ‘일하는 국회’, ‘법안소위의 상시적 활동’을 국민들께 약속한 바 있다. 과방위에 산적한 현안이 많기 때문에 다음 회의엔 법안소위, 예산소위 등 위원을 배치하는 안건을 처리할 계획인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스스로 불이익을 자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 내정자는 ‘문재인 정권 공영언론인 블랙리스트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향후 회의에 참석하더라도,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 위원장 몫 배분 과정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과방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소위원장을 어느 당에서 맡을 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기에 소위원장을 1년씩 맡자고 제안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야당인 본인들이 해야 한다며 거절했다. 그래서 전반기 소위 배분할 때 박성중 의원이 2소위 위원장을 하고 후반기엔 민주당이 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번엔 야당인 민주당이 2소위를 맡아야 하지만, (국민의힘에서) 또 다른 논리를 만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소위원장 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법안이 표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특히 원구성 전부터 계속돼 온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과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의 임기 문제를 두고 양당의 갈등은 심화할 전망이다. 한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이지만, 현재 윤석열 정부 국무회의 참석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한 위원장의 거취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한 위원장은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고민정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방통위의 독립성 보장은 법이 정하고 있고, 그 제도적 장치로서 방통위원들의 신분 보장과 임기를 두고 있다”며 “합의제 기구로 운영되는 것도 독립성 보장을 위한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 독립성뿐 아니라 이를 통해 방송의 독립성, 방송의 공공성 및 공영성 강화라는 가치 체계에 충실해야 한단 것이 방송법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임기 완주 의사를 묻자 “법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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