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2년 당길 수는 건 최대로 당겨야”
국토부, GTX 계획 전면 재검토 나서
A노선 등 기존 사업, 각종 난제로 개통 일정 빠듯
D∙E∙F 예타 면제 가능성에 졸속 우려도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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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조기 착공∙개통을 주문하며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실제 이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진척이 가장 빠른 A노선조차 개통 일정을 맞추기 빠듯한 상황에서 전체 사업 일정을 앞당기는 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 나온다. 대선 과정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D∙E∙F 노선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계획하고 있어 벌써부터 졸속행정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기 내 전 노선 착공 위해 GTX 일전 전면 수정

21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GTX 계획을 다시 짜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모든 노선의 임기 내 착공을 목표로 하고 주문하면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토교통부 ‘2022 핵심 추진과제’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A노선은 개통 일자를 최대한 당기라”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이어 “하루하루 출퇴근에 시달리는 수도권 국민의 절박함을 봤을 때 1~2년 당길 수 있는 건 최대한 당기고 다른 부처가 적극 협조해달라”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진행 중인 GTX 사업은 6개 노선이다. A노선은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개통∙운행할 예정이고, B∙C노선은 착공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D∙E∙F노선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가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윤 대통령이 강조한 ‘임기 내 전 노선 착공’을 위해 GTX 관련 일정을 전면 수정한다는 계획이다. 원 장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기 착공을 위해) 예타 면제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기획재정부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예타 같은 행정 철자가 줄면 2년 정도 개통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통상 철도건설 사업은 ▲사업계획수립 ▲예비타당성 조사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고시 ▲대형공사 입찰 방법 심의 ▲기본 및 실시설계 ▲공사입찰 및 계약 ▲공사 착공 및 준공 순서로 진행된다. 

◇A노선, 개통 일정 빠듯·C노선, 지하화 문제 발목···D·E·F노선 졸속 우려

윤 대통령의 바람처럼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A노선조차 2024년 6월 개통을 맞추기에 공기가 빠듯한 실정이다. A노선은 2019년 6월 착공해 현재 공정률은 30% 초반에 머물고 있다. 대심도 터널 굴착 장비 투입을 위한 수직구 부지 보상과 인도가 지연돼 공구별로 짧게는 10개월에서 길게는 23개월 가량 착공이 늦어지면서다.

업계에선 A노선의 개통 시기가 1년 가량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간역인 삼성역복합환승센터의 건설이 늦어짐에 따라 국토부가 수서~동탄 구간만 먼저 운행을 시작하는 분리 개통을 결정하면서다. 분리 개통의 경우 전동차 수리를 맡을 임시 차량정비기지를 건설해야 한다. 건설을 위해 설계, 인허가, 정부 예산 편성 등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개통 일정은 2024년 말로 밀릴 수 있다. 여기에 기재부 협의나 다른 절차, 공사 등에서 시간이 더 걸리면 2025년을 넘어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C노선은 도봉구간(창동역~도봉산역) 지하화 이슈로 발목이 잡혔다. 도봉구간은 당초 지하화로 계획됐지만,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이 구간의 지상화를 제안해 설계가 변경됐다. 이후 도봉구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해 지난 2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감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 도봉구간이 감사 결과에 따라 지하 전용 철로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실시설계 기간은 당초 예상보다 시일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D∙E∙F노선은 경유 지역에 대한 개괄적인 방향만 제시된 상태로 일정이 더 촉박하다. 현 정부 내 착공까지 진행하려면 2~3년이 걸리는 예타 일정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예타를 면제하거나 축소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의를 받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졸속 추진 우려 등 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타의 취지는 예산낭비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다”며 “수도권 출퇴근 문제를 해소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수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가 사업을 하기 전에 예타를 면제한다는 건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안정세로 돌아선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정부의 계획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앞서 A·B·C노선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김문수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이후 2011년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됐지만 10년이 넘게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타를 면제하더라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산, 사업성, 지역 이해관계 등 걸림돌이 많아 조속한 시일 내에 가시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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