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기차 전환 시대적 요구···한국서 생산해야”
사측 “아직 전기차 생산 시기 상조···트레일블레이저·CUV로 흑자 내고 본사와 협의”
“전기차 시장 규모 한정적···시장 커져야 유의미한 판매량 낼 수 있어”

한국GM 노사가 전기차 전환 시기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한국GM 노사가 전기차 전환 시기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한국GM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하 임단협)을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 전기차 생산 배정을 두고 노사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노조는 한국에 전기차 생산 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사측은 내연기관 모델에 집중하며 실적 개선부터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지난 14일 제 7차 교섭을 진행했으나, 노사간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올해 노조는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 지급 등 임금인상안과 함께 부평1공장·2공장과 창원공장 등 공장별 발전 방안을 요구했다. 특히 노조는 곧 가동을 중단하는 부평2공장을 전기차 생산 기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준오 한국GM 노조 지부장은 지난 5차교섭서 “전기차 전환은 시대적 대세이자 요구다. 전기차 생산은 반드시 (한국에서) 돼야 한다”며 “한국GM은 전기차 생산에 좋은 환경인 만큼 로베르토 렘펠 사장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본격적으로 전기차 전환에 나서는 만큼, 한국도 전기차 생산 물량을 확정받아 다른 생산 기지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미 다마스와 라보 판매가 중단된 가운데 향후 스파크, 말리부가 단종될 경우 국내 생산 차량이 대폭 축소되기 때문에 전기차 생산을 통해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는 의견이다.

앞서 GM은 2025년까지 30종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2035년까지는 모든 생산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전기차 생산 배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으나, 아직까지 GM은 한국 생산기지 내 전기차 배정을 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스티븐 키퍼 GM 수석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도 방한 당시 한국에서 당분간 전기차 생산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사측은 전기차 생산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우선 트레일블레이저와 내년 생산하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은 “미래차 배정을 위해선 흑자전환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적자가 지속 중인 상황에선 미래차 배정은 어렵다”고 최근 노사간 협상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사진 가운데)은 지난달 첫 현장 경영 행보로 부평 공장을 방문해 신차 생산 준비 상태를 점검했다. / 사진=한국GM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은 지난달 첫 현장 경영 행보로 부평 공장을 방문해 신차 생산 준비 상태를 점검했다. / 사진=한국GM

이를 위해 우선 국내외 판매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와 신형 CUV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내년부터 트레일블레이저와 CUV를 통해 연간 50만대 생산 규모를 달성해 올해는 손익 분기점 달성을, 내년부터는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

국내 생산 모델 판매 확대를 통해 흑자를 내고, 추후 본사와의 협상을 통해 전기차 생산 물량을 확정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GM은 지난 2014년부터 작년까지 8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아직까지 전기차 시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GM이 무리하게 전기차를 생산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자동차 시장을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GM이 전기차를 생산하더라도 판매량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자동차 내수 시장 점유율 현황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 대비 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전기차 판매량이 10만대 수준인 상황에서 한국GM이 팔 수 있는 수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시장 규모가 커져야 한국GM도 유의미한 수치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르노코리아자동차도 당분간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며, 2026년부터 전기차를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르노코리아는 오는 2026년이 돼야 전기차 비율이 20%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당분간 내연기관차 비중이 여전히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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