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결심공판, 1년 7개월만에 결론나나
다음 공판 핵심은 우연성·환금성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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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정문 /사진=이하은 기자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P2E(Play to Earn) 게임 앱마켓 퇴출을 강행하는 가운데 법원은 사행성 판단을 미루고 있다. 스카이피플이 게임위를 상대로 제기한 블록체인 게임 사행성을 가리는 공판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첫 선고가 재판 시작 1년 7개월만인 내년 1월에나 나올 전망이다. 이 사건은 앞서 공판기일이 세 차례 연기되고 담당 판사도 바뀌며 미뤄졌다. 

15일 서울행정법원 제4부는 스카이피플이 게임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4차 공판을 열었다. 해당 소송은 블록체인 게임이 사행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첫 법정 공방이다.

재판부는 오는 9월 30일 결심공판을 열고 내년 1월 선고를 내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첫 공판이 열린 후 1년 7개월만이며, 게임이 등급분류 취소를 받은지 1년 9개월만이다. 

◇ 성과 없이 끝난 4차 공판···세 차례 연기되기도 

이날 공판에서 “결심을 원하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게임위측은 “취소처분 사건에 대해서만 결심을 하고, 거부처분 사건에 대해서는 스카이피플이 추가 서면 6개를 갑자기 제출해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카이피플은 “거부처분의 판단기준과 취소처분의 판단기준이 동일하다. 참고서면을 냈더라도 동일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이날 결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현재 재판부는 게임위가 스카이피플의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에 대한 등급거부와 등급취소 사건을 병합해 심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스카이피플은 게임위에 파이브스타즈의 등급분류를 신청했다. 게임위가 등급분류를 거부하자 스카이피플은 이와 별개로 구글·애플 등 자체등급분류사업자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했다. 이에 게임위는 등급분류 취소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양측이 양해한다면 오는 9월 30일에 속행하고, 내년 1월에 선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공판이 지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첫 공판이 열린 후 총 세 차례 공판 기일이 변경된 바 있었다. 지난해 9월 2차 공판이 예정됐으나, 금융위원회의 사실조회 답변이 늦어지면서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재판 도중 담당 판사가 변경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재판에서 재판부는 해당 사건의 공판을 4개월이 지난 3월로 잡았다. 재판부 인사이동 시즌에 따라 담당판사가 바뀌면서 3월에 예정된 3차 공판마저 지난 5월로 연기됐다. 

이날 재판부는 “검토할게 많아서 오늘 결심 여부를 고민하고 있었다”며 “1월에 선고한다면 부담이 덜할 것 같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게임과 관련 첫 판례를 남기는 만큼 재판부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NFT의 가상자산 적용 여부, P2E게임 허용 등에 대해 정부의 입장이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재판부가 판결을 내리기 어렵단 분석이다. 이에 재판부가 1월 선고를 예정했지만, 앞선 사례처럼 인사이동 등으로 또 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통상 1월에 인사이동이 있어 재판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며 “첫 판례를 만드는 등의 부담스러운 사건은 다음 재판부로 미루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피플 측은 선고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첫 사례인 만큼 신중한 판단을 위해 늦어진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서비스 중인 게임을 소송으로 인해 방치할 수는 없어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 결심공판에서 ‘우연성’ ‘환금성’ 가릴듯

오는 9월 30일 열리는 결심공판에서는 양측이 사행성 관련성 유무를 주장할 예정이다. 게임위는 파이브스타즈가 게임 내 NFT를 제공해 사행성이 우려된단 점을 근거로 삼고 있다. 게임산업진흥법 제28조에 따르면 게임사업자는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 

이에 따라 게임위는 블록체인 기술을 제공하는 게임에 대해 등급분류 취소 처분을 내리고 있다. 지난 7일 게임위는 첫 기획조사 방식으로 P2E 및 NFT가 존재하는 게임 42종을 모조리 등급분류 결정취소를 내리기도 했다. 앞으로 블록체인 관련 게임을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히면서 선고전까지 P2E게임 퇴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NFT만 제공하는 게임도 게임산업법상 사행성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사행성의 성립 근거 중 핵심은 우연성과 환금성이다. 

스카이피플은 NFT화한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이용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사냥만으로 얻을 수 있는게 아니라 보스레이드, 던전, 이용자간대결(PVP) 콘텐츠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NFT 아이템이 다르다는 것이다.

게임위는 자동사냥을 통해 NFT화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우연히 획득한 결과물로 봐야 한단 입장이다. 또한, 다른 게임이 약관을 통해 현금거래를 제재하는 것과 달리 스카이피플은 현금거래가 가능한 점을 홍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게임사가 환금성을 제공하는지 여부다. 게임위는 NFT화한 아이템의 가격이 몇십만, 몇백만 원에 거래될 수 있다며 사행성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스카이피플 측은 게임 내에서 환전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사행행위로 보기 힘들다고 봤다. 과거 대법원도 이용자의 아이템 현금거래 자체가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즉, 게임 사업자가 아이템을 현금화하는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용자들은 중개업체 등 3자를 통해 현금화는 가능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를 법원이 이번 사례에서도 인정할 경우 스카이피플이 유리해진다. 

앞서 스카이피플은 게임위를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스카이피플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본안 소송을 하고 있다. 해당 소송은 블록체인 게임이 사행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첫 사례로 국내 게임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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