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 중형급 SUV임에도 2000만원대 가격으로 쌍용차 부활 첨병
캐스퍼, 지난말 출시 이후 월 평균 4000대 가까이 생산하며 흥행 가도
현대차, 글로벌 선도기업 되기 위해선 ‘값싸고 멋진 차’ 투자 지속해야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최근 서민층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 정책에도 고유가 흐름은 멈출 줄 모르며, 금리는 연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가는 모든 부문에서 오르고 있다. 자동차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카플레이션(Car+Inflation) 현상이 나타나며 전반적으로 판매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토레스 열풍과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캐스퍼의 인기가 눈에 띈다. 토레스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던 쌍용자동차의 구원투수가 됐다. 쌍용차는 최근 평택공장을 주간 2교대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캐스퍼는 지난해 말 출시부터 꾸준한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반도체 수급난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4000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두 차량은 공통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다. 토레스는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740만원이라는 가격대를 형성했다. 육중한 디자인은 남성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캐스퍼는 1385만원이라는 가격과 귀여운 디자인 특징을 바탕으로 흥행하고 있다.

저렴하면서도 멋진 차량은 이전부터 각광받았다. 다만 요즘 같이 서민경제가 어려운 시기엔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특히 두 모델의 주행성능이 우수한 편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가격과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일부 자동차 마니아 및 고가 차량 소비층을 제외하면 서민들은 ‘값싸고 멋진 차’를 원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 없는 차량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다. 기본적인 성능은 갖추되 저렴하고 멋진 차가 많아질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디자인이야 주관적인 영역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가격적인 부분에선 단가 낮추기를 위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기업 입장에선 고수익 차종 위주의 판매가 유리할 것이다. 최근 반도체 수급난에도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고수익 차종 위주의 판매로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2년 이상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판매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다양한 고객층 확보가 필수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토요타가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값비싼 차 덕분이 아닌 서민들을 위한 차를 생산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역시 토레스와 캐스퍼 같은 차량에 투자를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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