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급등에 착공 미뤄져···새 정부 정비사업 통한 47만 공급 공약실현도 불투명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상반기 10대 건설사 정비사업 수주 총액 및 주택 착공 실적.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주요 건설사가 올 상반기 주택 정비사업 수주고 신기록을 세우며 일감을 충분히 확보했음에도 낯빛이 어두워지고 있다. 누적 수주액은 급증했지만 정작 당장의 수익으로 직결되는 착공실적이 급감한 영향이다. 시멘트, 철근, 골재 등 건설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분양과 착공 시기를 조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20조5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9조4963억원을 기록한 것에 견주어보면 68.7%나 급증한 수준이다. 일감확보가 예년대비 소폭 감소한 곳도 일부 있으나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은 자사 수주고 신기록을 새롭게 썼다.

그러나 일감 확보가 착공으로 직결되진 못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5월 착공실적은 3만494가구로 지난해 같은기간 5만2407가구가 착공한 것 대비 41.8%나 급감하며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올해 1~5월 누계 착공 실적 역시 14만901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만6694가구 대비 34.3% 감소했다.

착공이 줄자 분양물량도 감소했다. 지난해 5월에는 전국에서 2만1239가구가 공급됐으나 올해는 18.3% 감소한 1만7358가구에 그쳤다.

당초 업계에서는 올 해 들어서며 정비사업 착공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전 정부에서 재건축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30년 넘은 노후아파트 가운데 정비사업을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가 증가한 영향이다. 때마침 새 정부는 안전진단규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재검토, 분양가 상한제 완화 등으로 정비사업 활성화를 공약으로 앞세웠다. 다만 철근 가격은 지난해 초 71만1000원에서 현재 119만원으로 약 66% 상승할 정도로 원자재값 부담이 예상치 않게 커지며 일부 사업장은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자 의도적으로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실제 원자재값 상승으로 1분기 상장된 주요건설사 대부분의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등 실적감소가 이뤄졌다. 현대건설은 17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대비 15% 가까이 하락했고,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도 각각 37%, 42.5%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실적 역시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쯤 되자 업계에서는 새 정부에서 약속한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물량 확충이 현실적으로 임기내에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비사업을 통해서만 47만호의 공급물량을 확보할 것을 약속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당분간 자재값 변동이 이어지며 사업지에 따른 수익 전망도 이전과는 달라지며 착공 감소 추이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설자재 비용이 오르면서 건설사들이 착공을 연기한 게 주택 착공 실적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공사 지연으로 주택 분양 실적도 예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