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기반시설에 기업들 늘리고 싶어도 못 늘려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화두인데 국내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이 저조하다. 기반시설이 열악한 탓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발표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7% 수준이다. 녹색 프리미엄 구매전력과 재생에너지 자가 발전을 합친 에너지 사용량은 500기가와트시(GWh) 정도로 국내 전력 총 사용량(1만8140기가와트시)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난해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량도 10기가와트시에 그쳤다.

삼성전자 미국, 유럽, 중국 사업장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중국 법인은 재생에너지 전환율 100%를 달성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2018년 기준 산업부문 6위와 7위를 차지해 탄소 저감 필요성이 높다는 점을 비추어 본다면 이같은 수치는 아쉽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월 정부와 함께 민관협의체를 꾸리고 ‘2050 반도체·디스플레이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자체가 낮다.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6.5% 수준이다. 유럽 주요국 비율은 40%를 넘고 미국과 일본도 20%에 육박한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위원회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이 심각하게 제한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은 정부의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풍력과 수력을 비롯해 해양, 수소에너지 등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단가가 높은 만큼 초기 비용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나 시민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일도 요구된다.

기업들에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이제 윤리적 책임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투자자들도 ESG를 강조하면서 탄소중립을 압박하는 추세다. 산업계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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