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철콘연합회, 26곳 현장서 셧다운에 건설업계 촉각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서울·경기·인천지부가 하도급대금 증액 요청에 비협조적인 18개 시공사의 현장 26곳에서 공사를 중단했다. 사진은 건설 중단 대상에 포함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서울·경기·인천지부가 하도급대금 증액 요청에 비협조적인 18개 시공사의 현장 26곳에서 공사를 중단했다. 사진은 건설 중단 대상에 포함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건설사들이 건설현장을 둘러싼 협력사의 거듭되는 파업에 속앓이하고 있다. 올해 5월 화물연대 총파업, 이달 1일 레미콘 운송연합회의 파업이 종료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철근·콘크리트(이하 철콘) 업계까지 파업에 돌입하는 등 건설현장을 둘러싸고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의 공사중단 위기를 겪은 영향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 연합회(이하 철콘연합회) 서울·경기·인천지부는 이날부터 공사비 협상에 비협조적인 총 18곳 시공사의 26개 공사현장 파업에 돌입했다. 철콘업계는 지난해 11월부터 원도급사인 건설사에 공사비 20% 증액을 요구했지만 건설사가 묵인하는 등 공사비 증액에 비협조적이자 셧다운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앞서 올해 3월과 4월에도 일부 지역에서 공사를 중단했었다. 이번 셧다운 현장에는 GS건설(2곳), SK에코플랜트(1곳), 삼성물산(1곳) 등 대형건설사가 포함됐다.

철콘연합회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 약속에 처음부터 셧다운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도 있었고 시공사 증액을 약속받고 셧다운 철회를 한 업체도 있다”며 “추후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하반기에 지금보다 더 믾은 사업장에서 파업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철콘업계는 자재가격이 1년 새 70% 이상 폭등한데다, 인력난도 심화돼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자사 공사현장이 멈춰선 건설사들은 급히 사태파악에 나섰다.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사업장의 골조 협력사 역시 파업에 동참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협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잇따른 파업으로 협력사에 공사대금을 인상해 줄 경우 조합원이 내야 할 추가분담금이 증액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지만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약서를 봐야 알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베일리 공사가 중단되며 김석중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조합장은 조합원에게 “공사현장 3개 공구 중 2개 공구의 업체 파업으로 공사가 일부 셧다운 됐다”며 “타 공정을 철저히 진행해 공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셧다운 현장 중 산성역자이푸르지오(2공구)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는 “셧다운 리스트에 포함돼있지만 공사는 진행 중”이라며 “공사가 중단되지 않도록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공사들은 공사 중단에 따른 사업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콘 업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지만 원자재값, 인건비 인상 등 건설경기 악재가 겹치면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협력사에게 주는 공사대금은 늘어나면서 조합원으로부터 추가분담금을 더 받지 않으면 건설사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게다가 주택 시황도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주택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늘어나면 자체사업장을 가진 건설사의 경영이 부실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 같은 까닭에 건설 체감경기는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려오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한 6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18.7포인트 하락한 64.7로 집계됐다. CBSI는 건설사가 건설경기 상황을 전망하는 지표로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값 및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증액 논란이 많은 상황이라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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