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출고기간·비싼 가격·부족한 충전인프라 발목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기름값이 끝없이 고공행진 중이다. 휘발유와 경유 모두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일 역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써가고 있다. 정부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름값은 요지부동이다.

높아진 기름값에 운전자들의 주름도 깊어만 가고 있다. 예전에 기름을 채우는데 7~8만원이 들었다면, 지금은 13만원 이상이 든다. 차주들 사이에선 ‘차 몰기가 겁난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기름값 부담이 적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로 갈아탈까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전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생산 차질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차에 수요가 몰리면서 출고까지 최소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달 현대차그룹 인기 하이브리드 차종은 대부분 13~18개월 이상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당장 계약해도 내년도 아닌 2024년에나 차가 나오는 셈이다. 향후 반도체 공급이 원활해질 경우 출고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으나, 아직까지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전기차도 출고까지 최소 1년이 걸린다. 앞으로 수많은 전기차 신차가 매년 출시될 예정이라 무작정 계약하고 기다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차가 나올 때마다 주행거리와 첨단기술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1년 뒤에 지금 계약한 차를 타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가격도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 정부 보조금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차 가격은 매년 올라가면서 소비자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기술 개발 및 대량 생산 체제 전환시 원가 하락에 따라 전기차 가격이 떨어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오히려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전기차 가격은 신차가 나올 때마다 오르고 있는 추세다. 특히 테슬라의 경우 모델3와 모델Y 롱레인지 가격이 8300만~9500만원에 육박하면서 1년 새 40% 가까이 상승했다. ‘보급형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민망한 가격대가 됐다.

자동차 가격 뿐 아니라, 충전 요금도 올랐다. 그동안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시행했던 충전요금 특례할인 제도가 지난달 말 종료됐기 때문이다. 혜택이 종료되면서 환경부 급속충전기 기준 kWh당 292.9원이던 전기차 급속충전 요금은 313.1원으로 올랐다. 여전히 내연기관차보다는 연료비가 저렴하지만, 향후 충전비용이 계속 오를 수 있어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충전이다. 전기차 충전시간의 경우 급속충전을 이용해도 30분 가까이 걸리며, 완속은 8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아파트와 공공 시설물에 전기차 충전소가 늘고 있긴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숫자에 아직도 충전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는 지인들이나 온라인 게시물을 보면 전기차 구매 욕구가 쏙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전기차는 이제 비주류에서 주류로 넘어오는 진입로에 서있다. 올 상반기 전기차 국내 판매량의 경우 7만대에 달하며 경유차의 40% 수준까지 올라갔다. 기업이든 정부든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성장세도 꾸준히 2배 가까이 늘고 있어, 조만간 대세가 될 예정이다.

당장 충전소를 늘리는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있는 충전소라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규제 및 관리 감독이라도 철저히 해야 한다.

친환경을 부르짖으며 소비자에게 전기차 전환을 강요만 할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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