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내 주택·항만·철도 등 인프라 입찰 본격화
삼성물산, 이재용 부회장·빌 살만 왕세자 친분으로 수혜 기대
현대건설, 철도 공사 수주···항만 공사 입찰에도 참여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자 ‘제2의 건설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650조원이 투입되는 세계 최대 규모 신도시 조성 사업이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면서 신규 발주가 대거 쏟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우디에서 인프라 사업 경험을 쌓아온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수혜가 예상된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에서 ‘네옴(NEOM) 시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빌 살만 왕세자 주도로 5000억 달러(한화 654조원)가 투입되는 세계 최대 규모 스마스시티·경제자유구역 조성 사업이다. 2016년 선포한 국가 혁신 전략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사우디 정부는 석유 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첨단산업 분야로의 재편을 계획하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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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옴시티엔 마천루 빌딩, 친환경 에너지, 인공지능(AI), 문화 인프라·관광 등 건설업계가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총망라한다.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부지(2만6500㎢)엔 길이 170㎞에 달하는 자급자족형 직선도시 ‘더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 단지 ‘트로제나’로 구성된다. 여기에 높이 500m에 세계 최대 너비를 가진 쌍둥이 빌딩도 들어설 예정이다. 1차 완공 목표는 2025년이다. 현재 도시에 필요한 주택·항만·철도·에너지 시설 등 대규모 인프라 입찰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선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이미 수주고를 올렸다. 두 회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근 10억 달러(1조3000억원) 규모 ‘더 라인’ 인프라 공사를 수주했다. 이번 공사는 네옴시티 지하에 28㎞ 길이 고속·화물 철도 터널을 뚫는 내용이다. 지난 3월 관련 입찰에 참여했다. 업계에선 그동안 두 건설사가 중동 인프라 사업에서 꾸준한 실적을 쌓아온 만큼 추가 수주도 기대해볼 만하단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네옴시티의 최대 수혜 건설사로는 삼성물산이 꼽힌다. 삼성물산은 사우디 최초 대중교통 시스템인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 성공으로 현지에서 높은 신뢰도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야드 메트로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6개 노선의 지하철을 새로 만드는 사업으로 올 연말 완공될 예정이다. 이 공사에 들어간 철강의 무게만 국내 초고층 건물인 롯데월드 타워 18개를 지을 수 있는 양이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가 친분이 두텁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 부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와 소통할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9년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삼성 승지원에서 단독 면담을 했고, 다른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만남도 주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 ‘부르즈 칼리파’를 건설해 기술력을 인정 받은 삼성물산이 이번 네옴시티에 들어서는 초고층 빌딩을 비롯해 다수의 주택·플랜트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MISA)와 현지 개발 사업 및 인프라 확장 공사 등에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건설도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더라인 터널 수주 이후 최근에는 네옴시티의 한 축을 담당할 8각형 부유식 도시 옥사곤 항만공사 입찰에 참여했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현대건설을 비롯 벨기에 ‘데메’, 네덜란드 ‘반오드’ 등 세계 건설회사에 입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라인 철도 터널공사에 이어 이번 공사까지 따낸다면 현대차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는 네옴시티 투자계획에 초석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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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신규 사업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지난 5일(현지 시간) 코람코에서 추진하는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 ‘나맛’(Namaat)의 건설 설계·조달·시공(EPC) 파트너 기업에 최종 선정됐다. 앞으로 아람코에서 발주하는 석유화학 관련 신사업들의 수의 계약에 나서고 입찰 인센티브를 받을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협약으로 사우디에서 입지를 다지며 네옴시티 등 수주 확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네옴시티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건설사들의 수주 기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사우디에선 지난해부터 발주 물량이 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수주액 비중은 전체 수주액(305억 달러)의 18.6%를 차지했다. 2020년 중동 수주액 비중이 6.8%라는 점을 고려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올해 들어서는 19%까지 높아졌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 기조로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재정수입 풍부한 상황이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증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물산·현대건설 외에도 대우건설·포스코건설·DL이앤씨 등 중동 인프라 경험이 있는 건설사들 새로운 사업과 시장 창출의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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