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김승희 후보자는 실패한 인사···대통령 참모도 도덕성 중점 둬 원점에서 출발해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당초 예상대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자진사퇴했다. 기자는 이같은 사태가 김 후보자 본인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싶다.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는 복지부 장관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로 판명났지만 이미 사퇴했으므로 더 이상 거론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은 비판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아니 더욱 강력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

앞서 ‘친구의 친구’인 정호영 첫 번째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대통령 잘못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이 입시와 병역, 부동산 문제인데 결과적으로 친구의 친구에게 ‘제2의 조국’이란 프레임을 씌우게 했으니 기자로서는 답답한 일이다. 복지부 장관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한 차례도 아니고 두 번이나 연속 실수한 대통령을 인간적으로는 이해한다. 평생 범죄자를 상대하며 수사하고 기소하는 일만 했으니 이런 일을 경험할 시간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과 관련,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지금 (한국의) 내각에는 여자보다는 남자만 있다”고 지적한 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란 분석이 적지 않았다. 실제 김 후보자와 같은 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박순애 서울대 교수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오유경 서울대 교수가 낙점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일부 언론과 유튜브는 대통령이 순발력이 우수하다고 칭송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대통령 귀가 얇아 그렇게 됐다는 기자 생각이다. 당초 인사 기준은 능력과 전문성이고 성(性)이나 출신 지역 할당제가 없다고 공언한 것은 대통령 본인이었다. 최소한 김 후보자에 한정하면 결단코 순발력이 아니라 귀가 얇은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그런 식이라면 여성도 여성이지만 대통령이 호남과 강원도 출신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배려할 것인지 궁금하다. 김 후보자와 관련해서는 당초 장관 후보군에 포함시킨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 인사검증 책임자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명 후 40여일간 진행된 김 후보자 의혹 시리즈를 보면 누가 추천했고 검증했는지 의문이 간다.     

대통령에게 경제와 물가 등 시급한 현안이 많다는 점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장관 인사 한번 잘못하면 해당 부처 직원 사기는 물론 대통령과 특히 후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 복지부 직원들은 정 후보자 발탁 후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대통령이 “복지나 재정 전문가를 (복지부) 차관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앞서 부처 장관에게 차관 인사권을 부여해 책임장관제를 실현한다고 해놓고 왜 복지부만 별도 언급을 해서 직원 사기를 떨어뜨렸는지 기자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인사도 공부해야 한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류유익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군 인사를 공부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MB시즌 2’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현 정부를 이끄는 대통령도 한번 들었을 것이다. 취임 초 가장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을 때 대통령과 앞서 언급한 대통령실 참모들은 밤을 새운다는 각오로 공부하고 연구해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찾길 바란다. 신임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어디서 저렇게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찾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더라도 여러모로 무난하고 합리적 인물을 지명하길 희망한다. 역시 기준은 도덕성이다. 이번에도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부적격자를 지명하면 가장 고통 받는 사람은 후보자 본인이다. 대통령도 이 점은 알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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