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파업 찬반투표 가결···6일 일정 논의
파업에 반도체 대란 겹쳐 신차 출고 영향 불가피···내달 양산 ‘아이오닉6’, 초기물량 공급 차질 우려도
기아도 공동파업 우려···기존 인기 모델 출고까지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더 늦어질 수도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현대차 노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하반기 출시를 앞둔 아이오닉6와 그랜저 풀체인지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하반기 전기차 아이오닉6와 그랜저 풀체인지 등 주력 세단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 파업 위기로 인해 난항이 예상된다.

아이오닉6는 국산 첫 세단 전기차로, 그랜저는 국내 대표 내연기관 세단으로 각각 세단 시장을 이끌 핵심모델로 주목받고 있지만 하반기 노조가 파업할 경우 반도체 대란까지 겹쳐 생산 차질에 따른 판매난이 우려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1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조합원(4만6568명)중 3만3436명(재적대비 71.8%)이 파업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으며, 오는 6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및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노조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다며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번에 노조가 파업하면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노조는 그동안 한일 무역분쟁과 코로나19 등 외부 위기 상황을 고려해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과 작년의 경우 현대차 노조가 파업 투표에서 가결이 됐으나 실제 파업까진 이어지진 않았다”며 “하지만 올해는 강성 집행부가 들어섰다는 점, 임금에 대한 조합원 불만이 크다는 점, 윤석열 새 정부가 출범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파업까지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하반기 출시를 앞둔 아이오닉6와 그랜저 생산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오닉6는 이달 중순 부산모터쇼에서 실물을 공개하고 9월 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 외에는 아직 구체적인 사양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반응이 뜨겁다.

특히 세단 전기차의 경우 대부분 고가인데 비해 아이오닉6는 6000만원대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 또한 국내 기업 배터리를 사용해 1회 충전시 주행거리도 국산차 처음으로 50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영업점 관계자는 “아직 사전계약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고객들로부터 가격이나 출시일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전기차임에도 볼륨급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오닉6의 경우 아산공장에서 생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연간 10만대 이상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달부터 양산에 돌입하는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초기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특히 노조도 이를 겨냥해 아이오닉6 생산 일정에 맞춰 파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그랜저 출시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형 그랜저는 2016년 이후 6년 만에 나온 완전변경(풀체인지)모델로, 현대차 내수를 책임지는 핵심 모델이다. 그랜저는 지난 2020년 14만5463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다. 완전변경을 앞둔 지난해에도 8만9084대를 팔며 포터에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두 모델 뿐 아니라, 노조 파업으로 다른 모델들도 출고가 늦어져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7월 현대차 영업일선에 배포된 납기 일정을 살펴보면 출고까지 아반떼 가솔린 모델은 10개월, 하이브리드(HEV)는 16개월 이상 걸린다. 투싼은 9~12개월, 싼타페 8~18개월, 팰리세이드는 6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아 볼 수 있다. 제네시스의 경우 G80 8개월, GV70 9~12개월, GV80 11~18개월, GV60·GV70e 12개월 기다려야 한다.

아울러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올해 공동 투쟁을 예고한 만큼, 현대차가 파업하면 기아도 같이 파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 출시를 앞둔 EV6 GT를 비롯해 다른 모델도 출고가 길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달 기아 출고 일정의 경우 K5 6~16개월, K8 9~12개월, 스포티지 11~18개월, 쏘렌토 13~17개월, 카니발 5~16개월, EV6 18개월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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