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유지 어렵고 직무수행 곤란”···정보공개법 9조1항4호 비공개 사유 제시
청구인 “비공개사유 부적법···국가안보 중요사건, 번복이유 투명하게 공개해야”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형과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윤성현 남해해경청장과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등 4명을 공무집행 방해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형과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윤성현 남해해경청장과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등 4명을 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해양경찰청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서해사건)의 ‘월북 번복’ 근거자료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구인은 비공개 처분 결정 근거가 부적법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며 이의를 신청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서해사건에서 “월북 증거가 없다”고 발표한 근거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법상의 공개 청구를 지난달 29일 비공개 처분 결정했다.

해경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를 근거로 제시했다. 해경은 “(정보공개 청구 문서는) 현재 수사 종결이 되지 않은 수사 중인(수사중지) 내용이 기록된 정보로서 공소 유지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그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청구인은 해경의 비공개 사유의 부적법성을 지적한다. 송기호 변호사(수륜아시아 대표변호사)는 “정보공개 청구 당시 해경이 쥐고 있던 사건은 공무원을 살해한 북한군을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었다”며 “북한 군인 등에 대한 공소제기 조차 없는데 (해경이) ‘공소유지에 어려움 발생 우려’를 공개거부 이유로 적시한 것을 잘못이다”고 말했다.

해경은 지난 2020년 9월21일 접수한 북한군의 살인 혐의 사건에 대해 지난달 10일 수사중지(피의자 중지)한 바 있다. 해경 유족에게 전달한 통지서에서 “A씨는 북한군의 총탄 사격을 당해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나 피의자가 북한군인으로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고 북한의 협조 등을 기대할 수 없어 수사를 중지한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의 살인 혐의 사건은 수사가 중지됐는데 해경이 비공개 사유로 '공소유지'를 언급한 것은 잘못이라는 게 송 변호사의 설명이다.

송 변호사는 나아가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보에 관한 중대 사건은 정파적 문제를 떠나서 객관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규명해야 한다”며 “이번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해경은 유족 뿐 아니라 국민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해경은 7일 안에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앞서 해경은 지난달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2020년 9월 북측에 살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A씨의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국방부와 해양수산부, 해경은 A씨가 도박 빚 등으로 인해 자진 월북했다고 밝혔는데 정권이 바뀐지 한 달여 만에 수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A씨는 지난 2020년 9월21일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남방 2㎞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 이씨는 실종 다음 날인 22일 오후 북한 해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북한군은 이씨를 총격 사살하고 시신까지 불태웠다.

당시 국방부는 A씨 사건과 관련한 당시 브리핑에서 ‘자진 월북’을 하다 변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군 관계자는 “정보분석 결과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본인의 신발을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자진 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송 변호사는 “국민의 생명과 국가안보와 관련된 판단은 객관적이고 적법한 절차에서 이뤄져야 하고, 동일한 국가 기관에서 기존 조사 결과와 반대되는 판단을 내리려면 외부 조사 전문가 등이 참여해 충분한 조사를 거쳐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번복의 근거가 된 문서를 공개하라는 이번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한편, 서해사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국방부·해양경찰청의 보고서, 청와대의 지시 서류 등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공개가 어려운 상황이다. 서해사건 유족은 대통령기록관에 기록공개를 요구했으나, 대통령기록관은 “목록이나 보관 여부도 확인할 권한이 없다”며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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