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회장 무죄, 윤 전 부행장과 김아무개 인사부장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200만원 확정
法, 조용병 회장 통해 ‘특이자’로 명단 오르고 불합격권에서 합격했어도 스팩 수준 되면 부정 통과로 단정 못한다 판단

신한은행 본사(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 사진=연합뉴스
신한은행 본사(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건은 인사담당자 등 실무진만 형사책임을 지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부정채용과 부정통과자의 개념을 좁게 해석하고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직접적 관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법원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30일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반면 조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부행장과 김아무개 인사부장은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200만원을 확정받았다. 다른 기간 인사부장으로 일한 이아무개씨에게도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앞서 2심은 조 회장을 통해 ‘특이자’로 명단에 올랐고 불합격권이었다가 사후 보정을 통해 합격자 명단에 올랐더라도 이들의 스펙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렀다면 ‘부정통과자’로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업의 채용 심사 단계별 재량은 폭넓게 보장되어야 하며 일정 범위에서 점수를 보정하는 것은 문제 삼을 수도 없다고 했다. 또 특이자의 합격과정에서 조 회장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성비 관련 남녀평등고용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2심 모두 "여성에게 불리한 기준을 일관하게 적용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 역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일부 지원자들의 부정합격으로 인한 업무방해 부분 등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2심 판단을 유지했다.

◇ 시민단체 “학벌·스펙 경쟁 조장하는 판결···실무진만 죄책 떠안게 돼”

이번 사건은 과거 조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가 ‘입법 미비’를 언급하며 책임을 국회로 돌렸던 점에서 논란이 있었다. 과거 채용비리를 업무방해로 처벌한 사례가 있어 법리 해석상 적용이 가능한데도 조 회장에게 ‘맞춤형’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이었다. 대법원은 불합격권 지원자 37명을 부정하게 합격시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부모가 청탁을 해 부정입사한 사람이라도 학벌과 스펙이 좋으면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이 선고된 것이다”며 “사법정의에 부합하지 않고 학벌·스펙 경쟁을 조장하는 판결이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법원은 조 회장의 채용청탁과 업무방해의 범위, 증거 등을 좁게 해석했고 이에 따라 실무진들만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이상한 결과가 도출됐다”며 “최고경영자와 재벌총수 등이 기소된 재판에서 실무자들에게만 유죄가 선고되는 폐단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에 발의된 채용비리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은 소관위원회에 1년5개월째 계류돼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채용비리를 행하거나 요구·약속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지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채용비리의 정의, 법률의 적용 범위 등의 명확하지 않다”며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