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문체부·콘진원, ‘콘텐츠·OTT 진흥포럼’ 개최
OTT업체들, 산업 특성 고려한 정책 지원 필요성 강조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 고중석 에그이즈커밍 대표, 이민석 와이낫미디어 대표, 김탁훈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 고창남 티빙 사업운영국장, 김요한 왓챠 콘텐츠개발담당 이사, 임석봉 JTBC 미디어정책담당 실장, 강지은 문체부 방송영상광고과 과장, 이성민 한국방통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송진 콘진원 정책본부장 순 / 사진 = 김용수 기자
29일 서울 중구 광화문CKL에서 열린 'K-콘텐츠 OTT 진흥포럼' 종합토론 모습. 왼쪽부터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 고중석 에그이즈커밍 대표, 이민석 와이낫미디어 대표, 김탁훈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 고창남 티빙 사업운영국장, 김요한 왓챠 콘텐츠개발담당 이사, 임석봉 JTBC 미디어정책담당 실장, 강지은 문체부 방송영상광고과 과장, 이성민 한국방통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송진 콘진원 정책본부장 순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국내 콘텐츠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정부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육성을 위한 지원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단 주장이 나왔다. 토종 OTT가 경쟁력을 잃어 사실상 넷플릭스 독점 체제가 형성될 경우,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의 협상력과 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단 이유에서다.

29일 고창남 티빙 사업운영국장은 서울 중구 콘텐츠코리아랩(CKL)스테이지에서 열린 ‘문화매력국가 선도 K-콘텐츠·OTT 진흥포럼’에 참석해 “국내 OTT가 지속 발전하고 콘텐츠업계와 상생하기 위해선 지원 정책들이 더 빠르게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럼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콘텐츠 중심의 OTT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 모색을 위해 개최했다. 현장에는 전병극 문체부 1차관을 비롯해 조현래 콘진원 원장, 김요한 왓챠 콘텐츠개발담당 이사, 강지은 문체부 방송영상광고과 과장 등이 참석했다.

윤석열 정부는 국내 미디어산업을 육성하기로 하고 문체부가 주도해 토종 OTT 성장의 걸림돌로 여겨지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사전심의 완화를 추진하는 등 지원하고 있다. 그간 TV방송 프로그램과 넷플릭스 등 해외 OTT는 자율등급제를 시행해온 반면, 토종 OTT들은 등급분류 사전 심의에 발목을 잡혔다. 인기 콘텐츠를 적시에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전심의가 통상 1~2주가 걸리는 탓에 해외 OTT와 경쟁이 쉽지 않았단 지적이다. 법이 개정되면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된 사업자들이 온라인 비디오물에 대한 자체등급분류 권한을 부여받으며,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사후 관리만 하게 된다.

아울러 문체부는 400억원 규모의 드라마 펀드 조성과 토종 OTT 해외 진출 지원에도 나선다. 이날 전병극 문체부 1차관은 “OTT 개발 지원 및 400억원 규모의 드라마 펀드 조성, 세액공제 등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럼에 참석한 사업자들은 자율등급제 도입 관련 개정안이 제출돼 있음에도 처리되지 못한 점을 비롯해, 현실과 동떨어진 콘텐츠 제작 지원 펀드 규모 등을 지적했다. 정부가 OTT 산업 특성을 고려한 지원책 마련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단 주장이다.

고 국장은 “티빙이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2000억원 정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넷플릭스는 올해만 1조원으로 규모자체가 다르다”며 “콘텐츠 시리즈 하나를 제작하는데 편당 30억원가량의 제작비가 필요한 환경 속에서 토종 OTT가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등급제 도입은 법안이 제출돼 있음에도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고, 콘텐츠 제작에 대한 발전기금을 조성한다곤 하지만 400억원 정도의 펀드로는 너무 부족하다”며 “과거에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OTT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들이 빠르게 마련돼야 OTT와 콘텐츠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넷플릭스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질수록 국내 콘텐츠산업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크단 점도 강조했다.

고 국장은 “2000년대 초반 국내에 판도라TV를 비롯해 많은 동영상 서비스가 있었지만 유튜브가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서 모두 유튜브의 정책을 따라가게 됐다”며 “넷플릭스는 2차 저작 등 IP에 대한 모든 권리를 다 산다. 넷플릭스가 시장을 지배할 경우 모든 콘텐츠업체가 넷플릭스의 정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시장에 플랫폼이 많아야 콘텐츠업체가 공급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다. 콘텐츠업체와 OTT가 상생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요한 왓챠 이사는 “K-콘텐츠의 경쟁력은 제작 경쟁력 있는 콘텐츠제작사의 수와 그들이 만들어 내는 IP가 국내에 남아 있어야 지속해서 확대될 수 있다”며 “경쟁력 있는 작품이 계속 나와서 국내에 IP가 잔존할 수 있으려면 결국 다양한 성격을 가진 국내 플랫폼이 생존해 있어야한다. 제작사 측면에서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도 결국 투자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을 텐데, 시간이 지나 (한국 대비 제작비가 저렴한) 다른 국가에서 흥행하는 콘텐츠가 나온다면 국내에 투자한 금액이 다른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한 회사의 결정에 따라 국내 콘텐츠 시장 자체가 영향을 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글로벌 OTT에 대한 국내 콘텐츠산업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는 한편, OTT와 콘텐츠업계의 동반 성장을 위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나가겠단 입장을 밝혔다.

강지은 문체부 과장은 “글로벌 OTT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IP 확보가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 국내 자본의 콘텐츠 투자 확대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OTT 활성화는 단순히 플랫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의 확장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좋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제작되고 IP 확장으로 콘텐츠 부가가치 창출하고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 공제의 일몰 연장 및 공제율 상향, 자체분류등급제 개정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OTT의 해외 진출 시 자막, 번역 작업 지원 등 현지화 지원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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