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브로커 문제로 중개 중지 사태 발생
미국 주식 관련 세제 문제도 불거져
시장 확대된 만큼 시스템 면밀히 살펴야

해외 ‘직투’(직접투자)가 어느새 보편화된 투자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간접 투자로만 접했던 해외 증권을 이제는 개개인이 모바일을 통해 손쉽게 사고 팔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해외 증시가 개장되기 전에도, 폐장 후에도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환경까지 갖춰지면서 서학개미들의 접근성은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된 상태다.

실제 해외 주식 투자의 보편화는 각종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2021년 말 대외금융자산·부채’ 잠정치에 따르면 내국인이 해외에 투자한 규모를 나타내는 대외금융자산(준비자산 제외) 잔액은 1조7153억달러(약 2203조원)로 1년 전 대비 1778억달러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치로 서학개미들의 투자가 이 같은 기록을 만들어 내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판이 커지면서 각종 잡음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IBK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의 미국주식 매매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이 계약한 미국 현지 브로커 LEK증권이 자본확충과 내부통제 등 이슈로 미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서비스 중단 통보를 받은 것이다. 현지 브로커를 LEK증권 한 곳으로 한 것이 화근이었다. 

문제는 이를 사전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다는 점이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3월부터 해외 주식 투자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복수 브로커가 의무 사항이 아니었던 까닭에 단일 브로커만으로도 서비스 운영이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관리·감독 당국 입장에서도, 증권사 입장에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최근 불거진 해외 주식 관련 세금 혼선 이슈도 시스템이 시장 성장성을 따라가지 못한 사례였다. 미국 최대 통신회사인 AT&T의 국내 주주들은 지난 4월 AT&T 1주에 신설 상장사 주식(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0.24주를 지급받았다. AT&T의 자회사가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받은 주식이었다. 그런데 이 주식에 대해 증권사 마다 각기 다른 세금을 부과해 문제가 됐다.

일부 증권사는 새롭게 받은 주식의 시가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원천징수했다. 무상으로 받은 주식을 현물배당으로 분류한 것이다. 다른 증권사는 배당 소득을 ‘배당 주식 수*액면가액’으로 산정해 액면가의 15.4%를 세금으로 부과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경우 세금을 아예 부과하지 않았다. 새롭게 지급 받은 주식을 배당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국내 과세 당국은 이를 두고 시가 기준으로 배당소득세를 매겨야 한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이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분분하지만, 결과적으로 액면가로 배당소득세를 매긴 증권사와 세금을 매기지 않은 증권사는 뒤늦게 세금을 거둬야 했다. 해외 증시가 국내와는 다른 제도적 환경 속에 있다 보니 발생한 혼선이었다고는 하나 이 같은 혼란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점은 직투 보편화 시대에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해외 직접 투자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관련 당국이 보다 세심하게 시스템과 제도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모펀드 사태처럼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는 국면에선 관리·감독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었다”며 “해외 주식 역시 다양한 시스템이나 제도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신경 써서 살펴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투자자와 대면하는 증권사 역시 보다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겠다. 이미 문제된 사례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보다 더 자세하게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양적 성장이 이뤄진 만큼 이제는 질적 성장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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